변호사 공급 과잉으로 인한 법조시장 포화가 심화되면서 저가 수임 경쟁, 사건 처리 부실, 윤리 위반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위기의 원인으로 변호사 배출 구조를 지목하며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는 한편, 전문 분야 특화를 중심으로 한 ‘스페셜리스트 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법조인협회는 지난달 26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졸업생회가 발표한 ‘2026 로스쿨 제도 개선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법조시장 포화와 생계 위협을 체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사”라며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과 실무교육 강화 논의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로스쿨 재학생 463명 가운데 74.3%는 현행 2000명 규모의 입학정원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정 정원으로는 1000~1100명 수준이 39.9%로 가장 많았다.
결원보충제 운영에는 54.9%가 반대했으며, 로스쿨 4년제 전환에는 68.8%가 찬성했다. 정규 교육과정에 6개월 실무수습을 포함하는 방안에도 69.3%가 동의했다.
졸업생회는 “무분별한 양적 확대보다는 법조시장 수요를 고려한 질적 제고가 우선”이라며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과 4년제 전환, 실무교육 강화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법조 직역 단체가 참여하는 공개적 논의의 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호사 수 증가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법무부의 ‘변호사 공증사무소 현황’에 따르면 개업 변호사 수는 2016년 1만8849명에서 2025년 3만1874명으로 늘었다.
변호사시험 시행 이후 매년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으며, 2020년 이후에는 연간 약 1700명 수준의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 확대는 수임 경쟁 심화로 직결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경력 1~3년 차 개업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1.1건에 그쳤다.
소송 1건당 평균 수임료를 약 50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제반 비용을 제외한 월수입은 약 3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익 여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 같은 환경은 윤리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의뢰인 동의 없이 재심청구를 취하하거나 변론기일에 불출석해 사건이 종결된 사례, 소송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수임료 반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을 놓쳐 패소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생계 곤란을 이유로 불법 행위에 가담한 변호사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다만 입학정원 감축이 해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1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개최한 ‘2025년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변호사 숫자를 통제해 직업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관점은 사법시험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로스쿨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면 미국식으로 정원 제한을 철폐하고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와 헌법을 눈치 보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변화에 맞춰 변호사 역할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모든 사건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제너럴리스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의료·조세 등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 전략과, 사후 분쟁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자문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 포화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며 “대형 로펌과 그렇지 못한 변호사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저연차 변호사를 채용하거나 실무 수련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장롱 변호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공급 조절과 함께 전문화 전략, 교육·수련 체계 개편을 병행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