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시사교양 프로그램 ‘읽다’는 교도소에 복역 중인 한 사형수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 판결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담겼고, 이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제기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사형수는 현재 총 57명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 가운데 2007년 발생한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정모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2007년 경기 안양에서 8세와 10세 초등학생 어린이 두 명이 실종됐고, 실종 78일째 되던 날 수원의 한 야산에서 10세 피해자 이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정씨는 사건 발생 82일 만에 검거됐다. 경찰 수사 결과, 정씨는 피해 아동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고, 법원은 정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정씨는 방송을 통해 공개된 자필 편지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사형을 선고받고 나서야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성추행 및 약취유인 혐의와 관련해 국과수 감정이 없었고,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는 점을 들며 “집 안에서의 성추행 살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이라도 재심을 청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을 기억하는 박경식 PD는 정씨의 편지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정씨가 당시 범행을 자백했고 비교적 빠르게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와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씨는 편지에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줄곧 무죄를 주장해 왔다”며 “당시에는 법을 몰라 ‘아니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또 “범행을 인정하면 감형해 주겠다는 회유가 있었고, 부인하면 형이 더 무거워질 것이라는 협박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형을 선고받은 이후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표창원 소장은 재심 사유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수사 경과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표 소장은 “첫 번째 피해 아동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사건 현장 인근이 아니라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인 수원의 야산이었다”며 “차량이 동원된 범행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렌터카 업체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사건 당일 렌터카를 이용한 사람 가운데 알리바이가 확인되지 않은 인물은 정씨 한 명뿐이었다고 밝혔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리운전 영업을 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조사에서는 “대리운전을 하려다 집에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대리운전 업체 확인 결과, 해당 날짜에 정씨의 운행 기록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경찰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피해 아동의 행방을 추궁했고, 정씨는 검거 이틀째 되는 날 “시화호 인근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하천 물을 빼내는 대대적인 수색 끝에 해당 장소에서 피해 아동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는 정씨의 진술과 정확히 일치한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정씨는 수사 과정에서 “렌터카를 몰다가 아이를 쳤다”고 진술했으나, 차량에서는 충돌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양날톱과 좁쌀 크기의 혈흔이 발견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 해당 혈흔은 피해 아동의 것과 일치했다.
정씨는 결국 범행을 인정했고 법원은 이를 토대로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정씨는 재판 과정 자체가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 초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자 이후 자필 진술 없이 심야 조사를 통해 조서가 작성됐다”며 “영장 없이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95개의 물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참여하지 못했고 영장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사건 당일 본드를 마셔 환각 상태였던 탓에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자신의 사건이 과거 재심이 인정된 사례들과 유사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과 ‘김신혜 사건’을 언급하며 절차적 위법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표 소장은 “영장 없이 이루어진 수색이라 하더라도 임의제출 방식이거나 체포와 연계된 적법한 수색일 가능성도 있다”며 “다른 사건과 유사한 절차적 논란이 있다고 해서 형사 절차 전체를 흔들 만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범행의 실체가 매우 분명한 상황에서 수사 과정의 절차적 문제만을 이유로 재심이 받아들여질 경우, 오히려 진정으로 억울한 사람들의 재심 기회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씨의 주장이 일부 증거의 효력을 다투는 사유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청산가리 사건이나 김신혜 사건처럼 수사기관의 고의적 직무 범죄가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 아동들이 숨진 이후 두 가정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피해 아동의 부모 중 한 명은 결국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모씨가 더시사법률에 보내온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