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자지만 성범죄자는 아니다”…무기수 이영학, 자필 편지 공개

 

웨이브 시사교양 프로그램 '읽다'는 무기수 이영학이 『더시사법률』에 보내온 자필 편지를 공개하며 사건을 다시 조명했다.

 

이영학은 편지에서 스스로를 “살인자”라고 표현하면서도 “성범죄자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경이 딸의 안위를 언급하며, 약물에 취한 상태였던 나에게 딸을 풀어주겠다고 해 거짓 진술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어금니 아빠’ 사건은 2017년 10월, 이영학이 당시 중학생이던 딸을 시켜 친구를 집으로 유인한 뒤 성추행하고 살해,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다.

 

이영학은 2006년 치아와 뼈 사이에 악성 종양이 자라는 희귀 난치병 ‘거대 백악종’을 앓아 어금니만 남은 상태에서도 같은 병을 앓는 딸을 극진히 돌보는 아버지로 방송에 출연해 후원금을 모아왔다. 그러나 이후 후원금을 유흥과 호화 생활에 탕진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는 편지에서 “말도 안 되는 모질함으로 소중한 아내를 잃은 뒤 약물 중독 상태로 지내왔다”며 “나는 어린 아이를 해한 자이지만 성범죄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10월 1일 딸의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 경위에 대해 “약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죽은 아내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장애적 상황이었고, 살인의 의도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누구야’라고 하며 놀라 일어나는 과정에서 젖은 수건으로 입을 막았을 뿐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며 “이후 눈을 떠보니 늑골 아래와 손등, 발목이 검게 변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행이나 성적 목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부검 결과 역시 성범죄 흔적이 아닌 질식사로 기재돼 있다며 자신을 ‘성욕 범죄자’로 남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소장은 “늑골에 멍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옷을 벗겨봐야 한다”며 “스스로 성적 접촉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편지 내용과 실제 수사 결과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질식 상태로 보이는 피해자를 다시 묶었다는 설명은 오히려 고의성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약물 부작용이 아닌 질식사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영학의 집에서 수십 병의 드링크제가 발견됐고, 그중 수면제를 탄 병에는 별도의 표시가 돼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우발적 사고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정황”이라며 계획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범행 이후의 행위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피해자가 약물을 먹고 잠든 뒤 이영학이 딸에게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지시하고, 전원을 종료해 은닉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표 소장은 “정신착란 상태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고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범행 은폐 의도라고 일축했다.

 

 

박경식 PD는 방송에서 “이영학이 ‘성범죄’라는 낙인을 특히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2023년 교도소에 있던 오모씨가 이영학에게 보낸 편지 사례도 소개됐다. 오씨는 편지에서 “형님에게 관심이 많다”며 “아동·청소년 같은 취향을 가진 분들을 알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냈다. 이에 이영학은 오씨를 고소했고, 오씨는 2024년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징역 4월을 선고받았다.

 

이영학은 자신이 성범죄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딸이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이영학의 딸은 편지에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드러냈지만, 성적 목적의 범행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박 PD는 “왜 딸의 편지를 기자에게 보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표 소장은 “편지에는 이영학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성범죄 성립 여부와 딸의 인식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재판에서 이영학은 “놀란 피해자의 입을 막았을 뿐, 성범죄자가 아니다"고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강한 힘으로 일정 시간 이상 질식을 유발해야 가능한 사망이라는 점에서 고의성이 인정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범행의 시작(약물 준비)–실행(질식사)–마무리(증거 은폐) 전 과정에서 계획성과 고의성이 일관되게 나타난다”며 법원이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배척한 것은 예측 가능한 결론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영학은 편지에서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라며 피해자를 아내로 오인한 정신착란으로 벌어진 우발적 사고라 재심이 가능한지 물었다.

 

『더시사법률』은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에게 재심 가능성을 문의했다.

 

곽 변호사는 “아내로 오인했다는 주장이나 딸의 편지 내용 등은 이미 수사와 재판에서 충분히 다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과수 부검 결과 조작이나 핵심 증거 위조 등 판결의 기초를 흔드는 사정이 새롭게 밝혀지지 않는 한 재심 개시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학은 편지 말미에 “살인자로 남아도 성범죄자로는 남기 싫다”며 “우발적인 범행으로 재심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를 변호해 줄 변호사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곽변호사는 “확정판결이 존재하는 사건에서 범행의 성격을 달리 규정해 달라는 호소는 법적 판단과는 별개의 문제”라며“법적 논쟁과는 별개로 피해자와 유족이 겪은 고통을 환기하는 일 역시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영학이 더시사법률에 보내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