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법원 내부는 물론 법조계 전반에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확정판결의 종국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기본권 구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50·사법연수원 32기)는 전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해당 입법 논의를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조선시대 재판 제도를 예로 들며 관할 경계가 모호해 동일 사건을 여러 관청에 반복 제기하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형조·호조·한성부는 물론 각 도의 관찰사와 고을 수령까지 재판권을 행사했지만 관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동일 사건이 여러 관청을 전전하는 일이 빈번했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이를 두고 “‘재판의 무한 불복’이 고질적 사회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청 간 자존심 경쟁과 상급 기관의 잦은 개입이 겹치면서 판결이 확정되지 못한 채 장기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사법 자원의 한계와 불복의 일상화가 결합하면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재판소원’ 원칙적 배제 구조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제72조 제3항 역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청구에 대해 지정재판부가 각하하도록 규정한다. 즉, 현행 제도는 재판소원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구조다.
헌법재판소도 확정판결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에 대해 일관되게 부적법 각하 결정을 내려 왔다.
예컨대 행정처분을 행정소송으로 다퉈 패소 판결이 확정된 이후, 동일 처분을 다시 헌법소원으로 취소해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유형의 청구는 확정판결의 효력과 충돌한다는 이유 등으로 원칙적으로 부적법 각하되어 왔다. 확정판결 이후의 반복적 재도전을 제도적으로 억제해 온 셈이다.
반면 예외는 존재한다. 헌재는 과거 결정에서,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을 다시 적용한 재판이나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명백히 반하는 재판 등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이는 헌법질서 수호라는 관점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 통로다.
그러나 헌재는 위헌결정 이전에 이미 확정된 재판에 대해서는, 해당 재판이 ‘예외적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헌법소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위헌결정의 장래효 원칙과 결합된 법리 구조다.
“위헌 단정 어렵다”는 신중론도
일각에서는 재판소원 도입이 곧바로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어떤 범위의 재판을, 어떤 요건과 심사기준 아래, 어떤 결정 효과로 허용하느냐에 따라 헌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명백히 위반한 재판 등 극히 제한된 유형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기존 예외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기본권 침해 일반’을 이유로 폭넓게 다툴 수 있도록 설계된다면, 확정판결의 종국성과 안정성 논리와의 충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개정안의 구체적 문언, 대상 범위, 결정 효과(취소·파기·환송 등), 경과규정 등을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합헌·위헌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권 약화 우려” vs “기본권 최후 보루 필요”
반대 측은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대법원 판결도 또다시 다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사법부 권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고법원의 판단마저 또 다른 기관에 의해 재심사될 수 있다는 구조 자체가 패소 당사자에게 추가 불복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는 논리다.
현행 헌법소원 절차에서도 엄격한 적법요건 심사를 통해 상당수 사건이 각하되고 있다. 이는 사법자원의 한계를 고려한 일종의 필터 장치다. 만약 재판소원이 일반적 불복 절차처럼 기능하게 될 경우, 사건 증가와 심리 지연, 비용 부담 확대 등의 현실적 문제도 제기된다.
반면 찬성론은 “기본권 침해가 명백함에도 구제 통로가 사실상 막혀 있는 사례가 존재한다”며, 최소한의 헌법적 통제 장치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논쟁이 단순히 ‘누가 누구를 통제하느냐’는 권력구조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모 교수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누구를 통제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실심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고 재판을 신속히 끝낼 것인가’”라며 “진정한 사법 개혁은 헌법 규정을 우회하는 기이한 심급 구조가 아니라, 사실심에 전폭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재판의 완결성과 설득력을 높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소원 허용법은 확정판결의 종국성과 기본권 구제의 실효성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향후 국회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