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내 미등록 특허라도 국내 사용 땐 과세 가능”

LG전자-세무서 법인세 분쟁 파기환송
‘특허의 사용’은 권리 아닌 기술 의미

 

해외에만 등록된 특허권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술이 국내 제조·판매 과정에 사용됐다면 그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확인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8일 LG전자가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LG전자가 미국 반도체 기업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와 특허 분쟁을 종결하면서 지급한 특허 사용료에 대해 법인세를 원천징수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를 둘러싸고 제기됐다.

 

LG전자는 2017년 9월 AMD와 특허 소송을 종료하고 상호 특허를 사용하도록 하는 화해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LG전자의 미국 등록 특허 4건과 AMD 및 자회사가 보유한 미국 등록 특허 12건이었다.

 

LG전자는 해당 계약에 따라 AMD에 9천700만달러(약 1천95억원)를 지급했고, 이 가운데 원천징수분 법인세 164억여원을 영등포세무서에 납부했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외국 법인에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할 경우 과세 대상이 된다. 이때 국내 기업이 지급 단계에서 세액을 공제해 대신 납부하는 원천징수 방식을 취한다. 세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주체는 외국 법인이지만, 징수·납부 절차는 국내 기업이 수행하는 구조다.

 

LG전자는 AMD 측 특허 12건이 우리나라에 등록되지 않은 미국 등록 특허인 만큼 한미 조세협약상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18년 경정청구를 했으나 거부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1·2심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대가는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정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립된 법리를 근거로 원심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한미 조세협약은 ‘재산의 사용료는 해당 재산이 사용되거나 사용될 권리가 부여된 체약국에서만 원천을 둔 소득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종전 판례는 이를 특허권 자체의 사용으로 해석해 등록 국가 기준으로 원천지를 판단해왔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허의 사용’이 특허권이라는 권리 자체가 아니라 특허기술의 사용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활용됐다면, 해당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사용료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됐는지를 심리하지 않았다”며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