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지인 향해 “성추행 상습범”…60대 여성 항소심도 벌금형

공연성 인정, 사실오인 주장 배척

지인을 ‘성추행범’으로 지목한 60대 여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66·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 12일 0시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길가에서 지인 B씨를 향해 “성추행했잖아. 너는 성추행범이고 상습범이다”라고 외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다른 지인 C씨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 관계로 채무 변제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의 가게에서 말다툼을 벌인 뒤 매장 앞 길거리로 나왔고, 뒤따라 나온 B씨를 향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른바 ‘먹자골목’ 일대였다. 당시 주변에는 상인과 행인 등이 있었고, 실제로 A씨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법정에서 “발언 당시 인근에 사람이 전혀 없어 공연성이 없었다”며 “언쟁 과정에서 항의 차원으로 나온 말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하면 그 목적이 정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당시 상황과 대화 주제에서 벗어난 발언을 했다”며 “다른 건물에서 TV를 시청하던 사람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원심이 유·불리한 양형 요소를 모두 고려해 형을 정한 만큼 이를 변경할 새로운 사정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는 “설령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성추행범’ 등 범죄자로 단정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성은 실제로 몇 명이 들었는지가 아니라, 타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판단 기준”이라며 “언쟁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조각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