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수술 이후 지속된 통증으로 치과 직원들이 자신을 고문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흉기를 휘두른 6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망상 등 정신질환이 형 감경 사유로 인정되는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신현일·강명중·차선영)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이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4년보다 감형된 형량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과 치료 후 극심한 통증이 계속되자 불만을 품고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며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 범죄는 비록 미수에 그쳤더라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형을 감경한 사유를 밝혔다.
A씨는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경기 성남의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통증이 계속되자 의료진이 자신을 고의로 고문하고 있다고 믿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해당 치과 직원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유사한 범행이라도 범행 결과와 전후 정황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최정인)는 최근 살인 혐의로 기소된 30대 이모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6일 오후 11시쯤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음식점에서 지인인 30대 남성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씨가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믿는 망상에 빠져 흉기를 미리 준비한 뒤 만나자고 연락해 범행을 저질렀다. 정신과 치료 병력이 있음에도 지난해 5월부터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 사실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공격으로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사망해 더 이상 존엄과 생명을 회복할 수 없다”며 “피고인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피해자를 살해하고도 진정으로 반성하거나 유가족에게 속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그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같은 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는 제1항과 제2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위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자의로 심신장애 상태를 초래했다면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형법 제10조에 따른 심신장애의 유무와 정도는 법률적 판단 사항으로 반드시 전문 감정인의 의견에만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9. 8. 24. 선고 99도1194 판결).
결국 심신미약은 ‘망상이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범행 당시 실제로 변별능력이나 행위 통제능력이 어느 정도로 저하됐는지를 중심으로 감정 결과와 범행 전후 정황을 함께 놓고 법원이 종합 판단하는 구조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심신미약 여부는 단순히 망상이나 정신질환 진단이 있었었는지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범행 도구를 미리 구입하거나 대상과 장소를 특정하는 등 계획성이 드러나는 경우에는 일정한 판단능력이 유지됐다고 평가돼 심신미약 인정이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법원은 정신질환이 범행의 직접적 원인이었는지보다 범행이 사회에 미친 위험성과 피해 회복 가능성을 더 엄격하게 살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의 경우 정신적 문제를 이유로 형을 대폭 낮추는 데에는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