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4세 미만으로 규정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13세로 낮출지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다.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오프라인 논의체와 온라인 플랫폼을 병행하는 ‘투트랙 공론장’을 구성해 두 달 안에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2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를 논의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성평등가족부를 중심으로 법무부·교육부·보건복지부·경찰청 등 5개 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오프라인 위원회를 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두 달간 관련 부처가 쟁점을 정리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결론을 내리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시간 제약을 고려해 대규모 오프라인 공론장 대신 숙의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촉법소년의 개념과 연령 조정의 의미, 찬반 논거를 담은 자료를 공유해 단순 여론 수렴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시민참여단 규모는 예산 등을 고려해 정하고, 연령·성별·지역·정치 성향 등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당사자인 청소년의 참여 여부도 논의 대상이다.
현행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만 14세 미만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각 부처와 기관의 입장은 엇갈린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성폭력 범죄가 늘어 죄질이 악화하고 있다며 연령 하향 필요성을 제기한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여 년간 기준이 유지된 만큼 사회 변화와 소년의 책임 능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 하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촉법소년 사건 접수 건수는 △2016년 7030건 △2017년 7897건 △2018년 9051건 △2019년 1만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2502건 △2022년 1만6836건 △2023년 2만289건 △2024년 2만1478건으로 증가했다. 2024년은 2021년과 비교해 약 72% 늘었다.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도 △2020년 3465명 △2021년 4142명 △2022년 5245명 △2023년 7175명 △2024년 7294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성평등가족부는 예방 정책과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연령 하향을 결정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소년들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가 제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 12개 과제 중 예방 대책이 1건에 그친 점도 언급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연령 하향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권위는 과거에도 같은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민변은 소년범죄의 흉포화나 증가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관련 통계 체계의 정비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해외 입법례를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법무부는 각국의 형사책임연령이 다양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단순한 연령 비교보다 해당 연령대에 부과되는 처분의 내용과 소년사법제도의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2007년과 2018년, 2022년에도 추진됐지만 찬반이 맞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두 달간의 공론장 운영을 주문한 가운데 이번 논의가 사회적 합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