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무속인을 내세워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수십억 원대 재산을 갈취한 40대 일당이 검찰 보완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A씨(49)와 B씨(46)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혐의로 지난달 9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18년경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C씨에게 “장애를 가진 자녀를 치료해 줄 용한 무속인을 안다”며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말례’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무속인은 가족과 떨어져 이사하라는 등 각종 지시를 내렸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자녀에게 화가 닥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해당 무속인은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 A씨가 직접 무속인 행세를 하며 꾸민 자작극이었다. 이들은 C씨로 하여금 성적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뒤 이를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 지분과 77억 원대 수표를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거액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C씨는 빚까지 떠안았고 결국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초기 수사 단계에서는 C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일수 있는 사건이였지만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의문점을 발견했다.
수사 결과 A·B씨는 C씨의 전남편 D씨에게도 접근해 같은 수법으로 회삿돈 65억여 원을 횡령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D씨 역시 지난해 1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를 단순 횡령 사건으로 보지 않고 ‘가스라이팅을 통한 배후 조종형 범죄’로 판단해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관계기관 자료 확보 등을 통해 A·B씨가 실질적인 배후라는 점을 규명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일반적인 상식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라이팅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판단과 행동이 외부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 출신인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오히려 형사처벌을 받는 구조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며 “겉으로는 자발적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심리적 지배와 협박 아래 이뤄진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지능형 통제 범죄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비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배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가스라이팅 범죄는 피해자가 범행의 도구로 이용되는 구조를 보이기 때문에 자금 흐름과 지시 관계를 입체적으로 추적하는 수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