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 마련 수순 돌입...실효성 제고될까

다음달 11일 양형위 안건 심의
양형기준 없어 판결 ‘오락가락’
단일 사고보다 구조 개선 고려해야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사건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에 본격 착수한다. 양형기준이 없어 정확한 판결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가운데, 제도 정비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다음달 11일 145차 전체회의를 열어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등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양형기준을 설정할 범죄 유형, 형량 범위 등이 우선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를 양형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 주목된다. 최근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이 감형 사유로 고려되면서 형량이 줄어든 사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늦어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중처법 양형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조회를 거쳐 내년 3월께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처법은 산업현장 사망사고의 책임을 현장 관리자뿐 아니라 경영진까지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법으로, 2022년 1월 시행됐다. 이후 2024년부터는 적용 범위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시행 이후에도 양형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판결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유사한 사망 사고임에도 법원의 판단은 크게 엇갈렸다.

 

대법원은 협력업체 직원이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 기업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반면, 인천지방법원은 유사한 추락 사망 사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결과적으로 동일 유형 사고임에도 형량 격차가 발생하면서 ‘고무줄 판결’ 논란이 지속됐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따라 양형위원회는 올해 1월 중처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을 제10기 과업에 포함시키기로 의결했다.

 

법조계는 양형기준 마련 자체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준 설계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히 사고 발생 여부가 아니라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을 평가 요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형 판단은 개별 사고의 결과보다 기업의 구조적 안전관리 실패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사고 발생 자체보다 예방 시스템의 구축 여부를 중심으로 기준이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