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안 ‘도박판’ 일상화…수용자 간 빚·노예계약까지

밤 시간대 순찰 피해…“입 맞추면 적발도 어려워”
적발 어려움에 미온 대응…“형사처벌 필요” 지적

 

교정시설 내부에서 수용자 간 도박이 확산되면서, 영치금과 우표, 등기까지 오가는 ‘소규모 사행 시장’이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내기 수준을 넘어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구조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26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교정시설 곳곳에서 수용자 간 도박과 내기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보자는 “교정시설 내 도박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며 “특히 20~30대 수용자들 사이에서 참여가 많고, 도박이 다른 불법 행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도박을 하기 싫어도 같은 방에서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 사실상 거부하기 어렵다”며 “참여하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용자는 도박 규모가 이미 단순 놀이 수준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음식물 내기로 시작하지만 이후에는 우표, 등기, 심지어 영치금까지 오간다”며 “외부 수발업체를 통해 스포츠 분석표나 중계 정보를 들여와 사실상 도박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박 방식 역시 다양하다. 장기, 바둑, 오목, 윷놀이 같은 전통적인 놀이부터 카드와 화투는 물론, 로또 번호 맞히기나 전국노래자랑 출연자 나이 맞히기 등 일상적인 요소까지 ‘내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도박이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제보자는 “거실 단위는 물론 관용부 수용동 청소부 등을 통해 방과 방 사이, 공장 간, 심지어 사동 전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산된다”며 “교도소 전체가 하나의 도박 네트워크처럼 작동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박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수용자들 사이에서는 금전 채무가 발생하고, 이로인해 종속 관계가 형성되는 사례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수용자는 “도박으로 빚이 생기면 ‘노예계약서’와 유사한 문서를 작성하고 사실상 지시에 따르는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중개 역할을 하는 수용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운 이른바 ‘사동도우미’가 수용자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도박 구조를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수수료를 챙긴다는 것이다.

 

교정시설 내 도박이 만연해 있지만 적발과 처벌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용자는 “낮에는 순찰이 잦아 도박이 어렵지만 밤 9시 이후에는 순찰 시간대를 파악해 망을 보며 진행한다”고 말했다.

 

최근 퇴직한 한 전직 교도관은 최근 퇴직한 한 교도관은 “과거에는 미결수 장기 수용 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출역 등으로 활동을 분산시켰다”며 ““최근에는 인성교육 확대 등으로 장기간 미지정 수용이 일상화되고 과밀수용까지 겹치면서 이런 조치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적발 과정에서도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한 제보자는 “처음 적발되더라도 구두 경고나 스티커 발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를 해도 같은 거실 수용자들이 입을 맞추면 신고자가 오히려 문제 인물로 지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교도관은 “제보를 통해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방 안에 10명 중 1~2명만 도박 사실을 인정하고 나머지가 부인하면 입증이 쉽지 않다”며 “조사수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정시설 내부 도박이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도박 행위를 단순한 내부 규율 위반이 아닌 형사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일반 도박죄 역시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질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교정시설 내 도박을 단순 규율 위반으로 볼 것이 아니라 외부 범죄와 동일한 기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전이 오가고 조직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수사와 처벌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정당국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출소자는 “교정시설내 도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강력한 처벌이나 제도 개선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정시설 내 도박 문제는 단순한 오락 차원을 넘어 또 다른 범죄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응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