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미반환 늘자 경매 급증…깡통전세 구조 ‘고착’

비아파트 경매 72%…주거시설↑
전세사기 사건 중형 선고 잇따라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연립·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 간 격차가 사실상 사라진 구조 속에서 보증금 미반환이 잇따르며 경매 물량 증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27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3만 541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대치다.

 

특히 경매 증가세는 주거시설에서 두드러진다. 전세사기와 임대사업자 보증 축소 영향이 집중된 비아파트 시장에서 부담이 크게 나타났다.

 

올해 4월 주거시설 경매는 1만 2426건으로 19년 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가 8973건으로 72.2%를 차지했다. 아파트는 27.8%(3453건)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전세사기 이후 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매가격은 정체된 반면, 공급 부족 영향으로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매입 수요 유입이 제한됐고, 매매가와 전세보증금 간 격차가 사실상 사라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힐스(29㎡)는 1월 3억9000만원에 매매된 뒤 한 달 만에 4억398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은평구 신사동(58㎡) 역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유사한 수준에서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경매 증가의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연립·다세대 주택에서 깡통전세가 확산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매 절차를 거치더라도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담보가치가 낮은 물건은 낙찰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깡통전세 구조에서는 담보가치가 낮아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선순위 채권이 있는 경우 배당 순위에 따라 실제 회수 금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차인은 경매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하기보다 계약 단계에서 위험을 차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등기부상 권리관계, 시세 대비 보증금 수준,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에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 대한 중형 선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대전지법은 깡통전세 건물 36채를 이용해 약 223억원을 가로챈 임대사업자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도 허위 고지와 초과 수수료 수취에 가담한 혐의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1월 대법원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90여 가구를 확보한 뒤 임차인 157명으로부터 약 193억원을 편취한 사건에서도 징역 15년형을 확정했다.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반복 범행이 인정되면서 경합범 기준 최고 수준의 형이 유지됐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구조가 맞물리면서 보증금 반환 사고가 경매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