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렸던 시절의 경험입니다. 몇 년 전, 검찰청 호송출장소에서 근무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호송출장소란 재판이나 검찰 조사 등을 위해 이동하는 수용자들을 잠시 머물게 하는 일시 수용시설로, 경찰과 교도관이 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며 관리하는 곳입니다. 제가 있던 곳은 검찰청 뒤편,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구석진 위치였습니다. 따로 지정된 흡연구역이 있긴 했지만,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환경 덕분에 근무자들은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가까운 야외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생길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사이 출장소 앞에 ‘금연구역’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누군가 보건소에 민원을 넣은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근무복을 입은 채 눈치를 보며 지정된 장소까지 멀리 이동해야 했고, 이전처럼 자유롭게 숨을 돌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더 억울하게 느껴졌던 건, 애초에 그 주변은 민원인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는 점입니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괜히 배신감까지 느껴졌고, 동료들끼리 농담 섞인 ‘공조수사’를 하며 신고자를 추정해보기도 했습
검방은 교정시설에서 빠질 수 없는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정식 명칭은 ‘거실검사’라고 부르며, 수용자가 생활하는 거실이나 작업장 등 모든 생활 공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절차입니다. 시설 내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관리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검방이 시작되면 수용자들은 방 안쪽을 등지고 서 있어야 합니다. 검사 과정을 직접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근무자는 방 안 구석구석을 확인하며 규정에 어긋나는 물건이 있는지 꼼꼼히 살핍니다. 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게 하려고 슬리퍼를 끼워둔 모습처럼, 검방 때만 볼 수 있는 특유의 풍경들도 참 익숙합니다. 검사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끝을 뾰족하게 깎아 위험하게 변형시킨 칫솔부터, 만화책을 뭉쳐 만든 아령이나 모래를 채운 수제 운동기구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가끔은 과자 상자를 정교하게 오려 만든 카드처럼 나름의 ‘창작물’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물건의 주인을 찾으려 하면 대부분 “모른다”거나 “이미 출소한 사람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합니다. 검방 현장에서 매번 반복되는 익숙한 장면들입니다. 어떤 날은 전혀
접견은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차분하고 격식 있는 만남의 자리가 아닙니다. 뉴스에서 보는 정상 간의 접견처럼 여유롭고 정돈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교정시설에서의 접견은 훨씬 더 현실적이며 긴박하게 돌아갑니다. 교정시설도 하나의 공공기관이다 보니 다양한 민원 업무가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접견입니다. 이 과정에서 근무자는 자연스럽게 규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접견을 위해서는 사전에 예약해야 하고, 방문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 접견 자체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접견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휴대전화나 전자기기 같은 물품을 반입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보관함에 맡기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느낀 방문객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고, 주변에서 대기하던 다른 민원인들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현장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규정은 예외 없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막상 접견이 시작되면 영화에서 보던 장면과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여러 건의 접견이 동시에 진행되며 시간도 10분 내외로 비교적 짧게 주어집니다. 직접 마주 앉기보
‘작은형’이라는 제목이 참 어울릴 만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재판이 끝난 직후, 판사가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선고한다”라고 주문을 낭독하자 수감자는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라는 듯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보통은 형량이 줄어들면 안도하기 마련인데, 이 친구는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호송차로 이동하는 내내 “왜 이렇노…” 하며 불만을 내비치기에, 저는 형량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기분은 알겠는데, 그정도면 아주 나쁜 결과는 아니지 않으냐”며 슬쩍 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참 의외였습니다. 형이 너무 ‘적게’ 나와서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황당했습니다. 군 면제를 받으려면 형기가 더 길어야 하는데, 오히려 애매하게 짧은 형이 선고되어 계획이 틀어졌다는 논리였습니다. 본인은 일부러 합의조차 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라며 진심으로 답답해하는 기색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상황 자체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 오래 수감되기 위해 일부러 상황을 몰고 갔다는 식의 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어느
손톱깎이와 관련한 두 번째 이야기는 앞선 일상과는 전혀 다른, 훨씬 무겁고 치열한 현장의 기록입니다. 어느 날 한 수용자가 갑자기 “죽고 싶다”며 손톱깎이를 삼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수감 생활에 대한 거부감, 혹은 공황장애나 우울증 같은 심리적 불안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즉시 의료과로 호송하여 확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X-ray 촬영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뱃속에는 손톱깎이뿐만 아니라 칫솔 조각, 핀셋, 압정 같은 여러 가지 이물질이 한꺼번에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결국 외부 병원으로 긴급히 나가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수용자가 외부 병원을 이용할 때는 보안을 위해 최소 3명의 교도관이 반드시 동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응급 상황은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 아니기에, 관련 직원들에게는 즉시 추가 근무가 통보되고 현장에 투입됩니다. 평온하던 근무 일과가 한순간에 긴박한 외부 호송 업무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이물질 취식’ 사건은 교정시설 내에서 결코 드문 일이 아닙니다. 발생 횟수를
교정시설의 일상은 거창한 사건보다 아주 사소한 소품들로 채워지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각 사동마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물품들은 현장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손톱깎이와 바늘 상자입니다. 보통 한 사동에 70명에서 100명 정도가 생활하는데, 이 많은 인원이 손톱깎이 하나, 바늘 한두 개를 차례로 돌려쓰는 구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방에서 손톱깎이가 필요하면 거실 소지를 불러 요청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방에서 사용 중이라면 아무리 급해도 순서를 기다려야 합니다. 나름의 엄격한 ‘질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성격 급한 수용자들은 “다 쓰면 바로 우리 방으로 보내라”며 미리 압박을 주기도 하는데, 협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묘하게 긴장되는 순간들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공용 물품은 관리자가 누구인지, 현재 어느 방에 있는지를 명확히 표시해 두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물건을 반납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돌려줬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소지가 반납을 요청하면 “벌써 줬는데 왜 그러느냐”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심하면 “담당 근무자 불러와라” 하며 언
운동 시간은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더 현실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한 수용자가 제게 넌지시 다가와 묻습니다. “부장님, 저 아십니까?” 기억을 더듬으며 “어느 공장에 있었지요?”라고 되묻자, 그는 “8공장에서 종이백 접는 일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제야 어렴풋이 기억이 살아납니다. “혹시 사동 청소 같은 일을 돕는 ‘임출(임시출역)’이었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는 반가워하며 맞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년 봄에 출소했다는 그의 말에, 저는 조금 씁쓸한 마음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나갔다가 얼마 안 되어 또 들어온 겁니까?” 그는 “바로는 아니고…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리고 고개를 숙입니다. 하지만 숙였던 고개는 금방 들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아까와 같습니다. “부장님, 그래도 OO보다 XX 교도소가 낫지 않습니까? 시설도 좋고 온돌방이라던데요?” 결국 저는 “다 아시지 않습니까. 살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라고 대충 받아넘겼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미통(미결구금일수 통산)은 얼마나 됐습니까?”라고 형량에 포함될 미결 기간을 물었습니다. 그는 “이번 건으로 2년 6개월을 받았고, 전에 집행유예 10개월짜리가
교정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운동 시간은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웃픈’ 일상의 한 장면입니다. 시간이 되면 저는 늘 비슷한 외침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운동 갑시다!” 준비가 덜 된 방 앞에서는 슬쩍 잔소리도 보탭니다. “운동 가시자고요. 준비 좀 미리미리 해두셔야지요.” 그렇게 사람들을 챙겨 운동장으로 이동하다 보면, 수용자들은 오늘 점심 메뉴를 묻기도 하고 “다녀오겠습니다, 행님!”이라며 씩씩하게 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켜야 할 규정은 엄격합니다. 다른 거실 사람들과 허가 없이 대화하거나 연락하는 ‘통방’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동 내내 “문에서 떨어지시고, 인사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흐름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통제하며 운동장까지 나가는 것부터가 이미 하나의 큰 일입니다. 운동장에 도착하면 분위기는 또 달라집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에이, 설마요?” “교도소가 그런 데가 어딨어요?” “내 말이 맞다니까요...” 자기들끼리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한 수용자가 제게 다가와 묻습니다. “부장님, XX 교도소가 그렇게 좋습니까?”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제가 그곳 사정을 잘 아는 건 맞지만, 그가
어떤노역 Part2는 앞선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그 친구의 ‘선택’이 어떤 결말로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번에 들어온 사정을 들어보니 상황은 더욱 황당했습니다. 몇 주 전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한 대가로 벌금 20만 원이 선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벌금을 납부하기보다는 “차라리 몸으로 때우겠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입소를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당일 저녁 7시 40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더니, 밤 9시 35분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를 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계획된 입소’였던 셈입니다. 이후 절차를 거쳐 밤 11시 50분쯤 노역장에 입실하면서 본격적인 노역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하나 있습니다. 구속 기간의 첫날은 형기에 산입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단 10분을 머물렀어도 들어온 날은 하루치 형량을 채운 것으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습니다. 새벽 5시가 되자마자 이미 형기가 종료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벽 4시 30분쯤 그를 깨우러 가니,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채 이불 속에서 버티며 웅얼거립니다. “조금 더 자고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하던 경찰서에 새로운 인원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노역 Part 1’은 그렇게 시작된, 조금은 독특한 새 식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신입은 첫인상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들어오자마자 거친 말투와 돌발적인 행동으로 주변 분위기를 흐트러뜨렸고, 결국 지켜보던 팀장님의 표정까지 굳어질 정도였습니다. 이 사내의 정체는 ‘노역수’였습니다. 노역수란 벌금이나 과료를 납부하지 못해 법원의 노역장 유치 명령을 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금전으로 치러야 할 벌을 몸으로 대신 때우기 위해 들어오는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저에게 결코 낯선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올 때마다 늘 비슷한 모습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만취 상태로 들어왔습니다. 혼자서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여, 결국 주변에서 옷까지 직접 챙겨 입혀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답답한 마음이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참 익숙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매번 같은 이유로, 매번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해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렇게 또 한 번, 이미 익숙해진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