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상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예고 글이 올라와, 백화점 고객 4천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초유의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글의 진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몇 년간 무차별 흉기 난동이나 지하철 테러 예고 등 유사한 범행이 실제로 발생한 사례들을 떠올리면, 이번 사안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협박은 사회 전체의 불안을 극대화하고, 단순한 장난 글 하나가 시민들의 일상과 경제 활동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영업 중단으로 인한 매출 피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인력의 대응 비용, 시민들의 불안 심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게 발생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이와 같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협박에 대응하기 위해 공중협박죄(형법 제116조의2)가 신설되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을 통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협박 범행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기존 협박죄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 처벌이 어렵고 형량 또한 지나치게 낮아서 현행법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까지 가면 상황이 바뀔 수 있나요?” 형사사건 피고인이나 가족들이 항소심 판결 직후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러나 상고심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다시 하는 재판’이 아니다. 형사사건에서의 대법원 심리는 원심 재판의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원심판결이 법률을 올바르게 적용했는지를 확인하는 ‘법률심’이다. 즉, 상고심은 증거를 다시 조사하거나 새로운 증인을 부르는 자리가 아니다. 법 적용 과정에서의 명백한 법리 오해나 위헌·위법 여부, 판례와의 불일치 같은 중대한 법률상 하자가 있는지를 가려내는 절차다. 결국 대법원은 사건 전반을 재검토하는 무대라기보다, 법 적용의 오류를 걸러내는 좁고 까다로운 관문에 가깝다.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 사유를 네 가지로 한정한다. 첫째,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이 있는 경우. 둘째, 판결 선고 후 형이 폐지·변경되었거나 사면이 있는 경우. 셋째, 재심청구 사유가 있는 경우. 넷째,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거나,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다. 이 네 가지 사유를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강제구인 절차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출석을 시켜 특검 수사 자리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강제구인 과정에서의 물리력 행사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선 ‘강제구인’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강제’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대상자에 대해 무제한의 물리력 행사가 허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 법체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누구도 ‘구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맞다. 즉,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지므로 함부로 이를 제한할 수 없고, 다만 법에서 정한 예외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구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사상으로도 ‘강제조정’이라는 절차가 있는데, 이는 다투는 두 당사자를 조정 절차에 강제로 회부한다는 의미일 뿐, 조정의 결과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강제’라는 표현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마치 모든 것을 강제로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도 정부, 검찰, 법원 등 어떠한 국가 권력기관으로부터 의지를 강제당해서는 안 되고, 그 의지를 강제할 수도 없다. 이는 당연히 구
구속된 수용자의 변호를 맡는 경우 대개 가족이 찾아와서 선임 계약을 한다. 구속된 사람이 가족이나 믿을 만한 조력자가 없으면 좋은 변호사를 찾아서 선임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변호사를 찾으려면 이곳저곳 알아보러 다니면서 정보도 얻고, 평판도 조회하고, 직접 변호사들을 만나 보기도 하고, 수임료 흥정도 해야 하고, 수임료 대납도 해야 하는데 이 모든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가 않다. 사실 가족이라도 이런 일을 다 해 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속이 되면 자신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 극도로 제한된다. 밖에서 제아무리 잘 나갔고, 돈과 권력이 있었고, 똑똑했더라도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수의를 입고 수감되면 무기를 빼앗기고 포로가 된 장수처럼 무력화된다. 그 안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스멀스멀 솟아오르기도 한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것 자체로 형벌을 받는 듯 괴로울 것이다. 그만큼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러나 감옥 밖에 있는 사람은 이런 감정적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 하루하루 새로운 일상을 살고 헤쳐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용자가
요즘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예전보다 선고 형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고,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2025년부터는 형사공탁 제도가 개정되면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단순히 공탁만 해서는 감형을 기대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무죄를 주장하려는 피고인이라면 재판에 앞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소한 사실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변호인과의 긴밀한 협력과 대응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무죄를 주장하려면 재판 초기부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통 첫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측이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 내용 전반을 부인하고, 수사기록에 포함된 피해자 진술이나 참고인 진술 등 주요 증거에 대해 ‘부동의’ 입장을 밝히게 되면 검사는 해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되면 다음 공판기일에 피해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하게 되고, 피고인 측은 그 진술의 내용과 태도, 일관성 등을 정면으로 검증, 반박할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증언 외에 다른 결정적 증거가 존재하
나는 30년 넘는 세월을 형사법정에서 살아왔다. 매년 수천 건의 사건이 오가는 재판정에서 피고인의 말 한마디, 판사의 판결문 한 줄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꿔놓는지를 숱하게 지켜보았다. 또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했고, 범행의 고의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가운데, 최근 대법원에서 나온 한 판결을 통해 다시금 ‘정의’라는 단어의 무게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피고인은 일자리를 구하던 중 한 업체로부터 채권 회수 업무를 맡아보겠느냐는 연락을 받고, 일명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는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고 이를 송금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다시 유죄를 선고하며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범죄에 공동 가공하려는 의사가 결합해 현금을 수거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으면 공범이 된다”고 판시했다. 범행 방식이나 전체 구조를 몰랐더라도, 자신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공범이 된다는 뜻이다. 피고인이 고용업체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높은 수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