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 브랜드 임원이 같은 회사 직원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몰래 설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며 보호조치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스토킹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5일 KBS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경기 의정부시에서 해당 브랜드 임원 A씨가 동료 직원 B씨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 사건이 발생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쓴 A씨가 차량에 접근해 몸을 숙인 채 기기를 설치하는 장면이 담겼다.
B씨는 “차량 하부를 살펴보던 중 낯선 물체를 발견해 장치가 설치된 사실을 인지했다”며 “당시에는 해당 장치가 GPS인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지속적인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설치 당일 장치를 발견했음에도 접근금지 조치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사건 발생 약 5개월 만에 결국 회사를 떠났다.
또 B씨는 사건 직후 경찰에 접근금지 등 신변 보호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스토킹 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씨는 스토킹처벌법이 아닌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연인 관계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2024년 대구지방법원은 의뢰를 받아 특정인의 위치를 추적한 피고인에게 스토킹처벌법이 아닌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근무지를 찾아가 몰래 촬영하고, 퇴근 차량을 뒤따르며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의뢰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러한 행위를 즉각 인식하지 못한 점과 각 행위가 개별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스토킹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제공한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위치추적기 설치는 상대방 동의 없이 이뤄질 경우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감정적 대응이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도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는 상대방의 일상적 이동 경로를 노출시켜 불안감을 키울 수 있고, 당사자가 이를 인지할 경우 공포심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분쟁 상황에서는 임의로 동선을 확인하기보다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