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적에는 몰랐죠. 주위에서 제일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던데 제가 이제 나이 먹어 보니 정말 실감이 납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교도소에서 일명 '법자'라는 이름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징역을 9개월 넘게 살고 있는데, 이 법자 타이틀을 가지면 인간 대접 못 받습니다. 아참, 저 죄인이죠. 그러니까, 같은 죄인이라도 쓰레기 취급합니다. 제가 아무리 100% 잘 해도 법자는 30~50% 정도로만 사람 취급합니다. 이 나라가 자본주의 국가 아닙니까. 여기 직원들도 수용자를 볼 때 영치금 확인 먼저 하죠. 쉽게 말해 영치금이 신분이고, 영치금이 많으면 징역 생활도 정말 편합니다. 내가 아무리 생활을 못 해도 다 용서가 됩니다. 사회나 여기나 똑같습니다. 돈의 힘은 정말 무섭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여기서의 생활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필이면 여기 ○○교도소가 생긴 지 11년 되어 가는 새 교도소입니다. 때문에 위탁 공장도 얼마 없어 출역을 나가 영치금을 버는 것도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여기서 징벌방에 네 번이나 가게 되었답니다. 영치금이 없다 보면 할
노숙자들이 밖을 돌아다니다 사고를 쳐 감옥에 들어온다 봄,여름.가을도 아닌 겨울에만 다시 봄이 되면 세상 밖으로 나가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노숙자들이 겨울에만 감옥을 찾는 건 찬 바람을 피해 온 게 아닌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교
문득 “1년이란 시간이 흐르면 사회에 있는 모두에게 잊혀진다”라고 적은, 타 기관에 수용 중인 친구가 보낸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 그런 말에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잊혀진다는 것에 익숙해지기란 참 어렵다. 머리로는 생각한다. 이제 더이상 사회에서 올 소식은 기다리지 말자고. 하지만, 편지 받을 시간이 오거든 마음에선 기대한다. 혹시 하고 편지를 들고 오는 직원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내 이름을 부를 것에 대비한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석 달, 여섯 달… 찾아오는 소식의 점점 빈도가 잦아질 때마다 기다리는 내 마음에 실망도 잦다. 난 아직 구속될 때의 그날, 그 시간에 멈춰있지만 벌써 계절은 돌고 돌아 구속될 당시의 그리운 계절로 바뀌고 있다. 잊혀짐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있긴 할까. 아마 난 매일 기대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할 테지만 그런 기대감으로 또 하루를 기다리고 버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1년이 지났을 즈음에 모두에게 잊혀져도 난 매일 기다릴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그토록 기다리던 날이 찾아올 테지. ○○○교
엄마~ 이곳에서 세 번째 겨울이 지났네. 벌써라고 해야할 지 아직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 한 번의 겨울만 더 헤어져 있으면 만나지 않을까싶네. 내가 보내는 예쁜 편지지는 방에 같이 지내는 솜씨좋은 언니 동생들이 다 만들어서 그려준 거다. 꽃 그림 이쁘제~ 아끼다가 어버이날 엄마 주려고 보냈당. 이쁜 우리 엄마 주름살 늘어나니까 이제 쓸데없는 걱정 고마해라. 돈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돈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엄마가 자꾸 얘기 안 해도 여기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나뿐인 내 새끼랑 떨어지면서 마음에 멍들게 하고 하나뿐인 엄마 가슴에 커다란 대못 박아 놓고 여기 와 있는데 기나긴 세월 흩어져버린 시간 딸한테도 엄마한테도 어떤 행동과 마음으로도 보상 할 수 없다는 거 나도 안다. 앞으로 약속한대로 엄마 말 잘 듣고 다 의논하고 살게. 엄마도 지금 이 힘든 시간들 자꾸 가슴앓이 하지 말고 더 행복해지려는 갖춤이라 생각해도. 여기에 있어보니까 살아가는 게 정말 별 거 없었는데 늦게 후회해봐야 소용도 없지만 무슨 벼슬 할 거라고 내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아등바등 욕심내면서 살았나싶다. 엄마랑 토끼 같은 내 새끼 건강하고 평범하게만 살아도 내 맘에 행복만 있
지금 인생의 고비에 서 있는 당신아 무언가를 쫓느라 고달픈 삶 속에 지친 당신아 막막한 현실에 잠 못 이루고 있는 당신아 이제 괜찮다. 이제 좀 멈추고 이제 좀 쉬자. 당신 참 애썼다. 지금의 멈춤은 더 나은 시작을 위한 행복의 씨앗일 뿐… 우리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당신은 아직 성장 중이며 우리는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라난다… ○○○교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내 몸이 기억하는 습관같은 작은 몸짓이 언제나 외부에 벽을 치고 있음을 요즘 들어 부쩍이나 느껴집니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도 대놓고 싫어한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은연중 사람들을 가려본 것 같기도 한 것 같습니다. 내 사람이 아니면 등을 돌렸던 내 작은 몸짓이 다가 설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말했던 어느 젊은 친구의 말이 떠올라 이젠 등돌림을 멈추고 모두를 품어보려 합니다. ○○○교
별도 따주겠다는 약속을 한 나는 육지를 떠나는 당신의 고운 손에 미안함만 안겨보냈습니다. 당신 보러가는 길은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 창문에 빗금이 그어지네요. 미처 다주지 못한 사람 꽃다발에 실어 보내니 다시 만나는 날 활짝 웃으며 맞이해 주겠소 ○○○교
일출도 일몰도 볼 수 없는 억압이 함께한 홀로한 방 철창 밖 희구름과 정을 나누고 번민 속 피어난 새벽 호수에 인내 실은 쪽배를 띄운다 고요의 침묵도 잠시 삶의 요란스런 잡음들이 분노의 갈등에 불을 지피고 동료의 평온한 삶을 시비하며 다툼의 아픈 상처를 남긴다 내 우매한 행실을 반성하며 동료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부끄럼 없는 생활을 다짐하며 참회의 눈물로 긴 하루를 작별한다. ○○○교
안녕하세요. 5월에 가석방 받고 나온 출소자입니다. 방 사람들에게 나가면 <더 시사법률> 신문에 글 쓸 거라고 했는데, 신문사에 전화해서 부탁까지 했습니다. ○○○ 형님, ○○○아, 잘 있지? ^^ 저는 사기로 1년 6개월 받고 3개월 가석방 받았습니다. 안에서 래피 다들 걱정하시는데, 저도 낮아서 기대 안 했거든요. 과밀화 때문에 많이 완화한다고 하더라고요. 안에서 1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많은 걸 느끼고, 많이 배우고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 후회로 남지만, 그래도 큰 경험 했다고 생각되네요. 담배를 수십 년 피우다가, 다시는 안 피우겠다고 다짐했는데요. 첫날 담배 몇 개비 피웠다가 화장실에서 구토하느라 혼났습니다. 다들 출소 후 담배는 끊으시길 바랍니다. 첫날이 중요합니다. 기름진 거 절대 드시면 안 됩니다. 방 사람들이 첫날은 무조건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집에 왔습니다. ㅎㅎ 첫날 와이프 차 타고 이동하는데, 안에서는 큰 버스만 타다가 차를 타니 땅을 기어가는 듯한 착각도 들고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짧은 형을 받고 금방 나왔지만, 앞으로 더 오래 남으실 분들도 언젠가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믿습
너에게 아플 줄 알면서 하고픈 말이 있어. 너를 얻기 위해 수많은 형용사로 만들어도 부족했던 '사랑해'라는 말이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단어가 되어갈 때 나는 너를 너무 아프고 힘들게 하고 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너에게 한다면 난 많이 후회하고 아플 거야. 너무 아파서 숨 쉬는 것도 불편하고 사치스러울지도 몰라. 하지만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순수했던 사실이 될 수 있을 때 나는 너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어. 그래야 내가 널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더욱 너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어. 우리 여기에서 그만하자. - 영희 남편 마초가, 사랑한다.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