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몰랐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집행유예는 가능할까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수용시설의 벽 앞에 선 이들은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고 있을 것이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되었을 뿐이고, 통장 하나를 빌려주었을 뿐인데, 사건의 전모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현실 앞에서 억울함과 절망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형 재산범죄 사건의 항소심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분명히 확인한 사실이 있다. 같은 범죄에 연루되었더라도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원심의 형을 그대로 감내하지만, 항소심은 1심의 단순한 반복 절차가 아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의 항소심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떠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다시 묻는 마지막 절차에 가깝다. 전략은 판결 이후가 아니라 수감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첫째, 자신의 역할이 과대평가되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가 항소심에서 반드시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심 판결이 피고인의 가담 정도나 범행 내
수년 전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다른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법률자문보고서’를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변호사가 검토 과정에서 남긴 “유죄로 보인다”는 의견이 담겨있었고, 검사는 이를 근거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려 했다. 필자는 즉각 반박했다. “변호사가 무죄 의견서를 썼다면 무조건 무죄를 줄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로펌의 내부 의견이 유죄의 근거가 된다면 이는 헌법상 방어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이 문제의식을 공감하며 검사에게 즉각적인 증거 철회를 요청했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당시 법정에서 “이런 식이라면 수사는 왜 하나, 차라리 변호사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면, 지난 2026년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변호사비밀유지권 도입은 분명 늦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동안 우리 법제에는 변호사가 상담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만 있을 뿐, 국가의 강제 수사로부터 의뢰인과의 상담 자료를 지켜낼 권리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다. 이번 개정으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법
Q. 오늘은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내신 김영훈 변호사님을 모셨습니다. A. 안녕하세요. 김영훈 변호사입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7기를 수료했습니다. 판사로 근무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2023년 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을 역임했습니다. Q. 법조인으로서의 진로를 고민하실 당시, 판사라는 직역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바라보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A. 법조인의 길을 고민하던 시기에, 판사의 역할은 개인의 분쟁을 넘어서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판단이 당사자에게는 물론이고, 유사한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에게도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판사는 주장과 감정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법과 증거를 토대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와 원칙에 따라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판사라는 직역은 권한보다는 책임에 가까운 자리라고 보았습니다. 그 책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기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 출동 장면과 음란물 등을 인공지능(AI)으로 조작해 허위 영상물을 제작·유통한 유튜버가 구속됐다. 법조계에서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AI 음란물 제작의 경우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1대는 전기통신기본법, 자본시장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유튜버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를 활용해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뒤 유튜브 채널 ‘순찰 24시’ 등에 게시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실제 뉴스를 참고해 사회적 이슈를 선정한 뒤 이를 각색해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동일한 장면을 여러 버전으로 제작한 후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최종본으로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과잉 진압을 하는 것처럼 연출한 영상도 포함됐다. 해당 영상은 실제 경찰청에 과잉진압 민원이 접수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제작·유포한 허위 영상은 총 54개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다수의 SNS에 게시됐고, 영상당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긴 사례도 확인됐다. 그는 조회 수와 구독자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
서울고법 형사13부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프로골퍼 안성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공소사실 전반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안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안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1152만5000원이 선고됐다. 상장 청탁을 한 사업가 강종현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두 사람 모두 1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형이 감형됐다. 코인 발행업체 관계자 송모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먼저 배임수재 혐의의 전제가 되는 상장 청탁 대가의 실제 교부 여부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코인이 상장되기도 전에 수십억원을 지급했다는 진술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금품을 건넸다는 강씨의 진술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계좌 흐름이나 객관적 물증 제3자 확인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는 합리적 의심이 남지 않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원칙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대포통장을 모집·유통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수갑을 찬 채 도주했던 40대 A 씨 등 대포통장 모집책 6명과 A 씨 도주를 도운 조력자 1명이 구속됐다.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대포통장을 모집·유통한 혐의를 받는 A씨 등 6명과, A씨의 도주를 도운 조력자 B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법원은 지난 주말 이들 7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제공할 목적으로 대포통장을 모집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가 경찰 감시를 피해 달아날 당시 차량을 제공하는 등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달 28일 대구 남구의 한 주택에서 사기 혐의로 체포됐으나, 경찰이 주택 내부에서 범죄 증거물을 수색하던 중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수갑을 찬 상태로 달아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통해 A씨의 이동 경로를 특정하고, 형사기동대 등 경찰 인력 100여 명을 투입해 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도주 약 12시간 만에 달성군의 한 노래방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A씨는 양손에 채워졌던 수갑을 이미 풀고 있던
헤어진 연인의 주유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살해를 시도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어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형사1부는 살인미수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도 명령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년과 함께 동일한 보호처분을 선고한 바 있다. 1심 판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헤어진 여자친구 B씨(40대·여)가 “연락하지 말고 찾아오지 말라”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부산 기장군에 있는 B씨의 주거지를 수차례 찾아가 차량 주차 여부를 확인하는 등 스토킹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달 24일 오후에는 집 현관문을 열고 나온 B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벽돌로 수차례 내려친 혐의도 인정됐다. A씨는 2024년 8월 B씨와 결별한 이후 B씨의 주유 카드를 동의 없이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검찰은 A씨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B씨와 합의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살해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A씨
신입사원 모집·채용 과정에서 연령을 이유로 지원자를 차별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현행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23조의3 제2항 등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사업주가 모집·채용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은 과거 한 시중은행의 인사·채용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들이 청구했다. 이들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일정 연령을 초과한 지원자를 일괄 탈락시키고 국회의원 등 외부 인사가 언급한 지원자를 ‘특이자’로 분류한 혐의로 기소돼 2022년 6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청구인들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21년 12월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이라는 문구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규정한 ‘업무’, ‘방해’의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또 채용 공정성을 해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채
공천을 대가로 한 금품 전달 의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과정까지 확장되며 경찰 수사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수백만 원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으나 대가성은 부인하고 있어 실제 전달 경로와 현금 흐름, 그리고 공천과의 연관성이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9일 김 전 시의원을 상대로 약 16시간에 걸쳐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김 전 시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는 지난달 11일을 시작으로 15일과 18일에 이어 네 번째다. 김 전 시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을 대가로 1억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이와 별도로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 관계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 21일 서울시의회가 임의제출한 시의회 관계자 개인용 컴퓨터 분석 과정에서 확보된 120여 개의 녹취 파일 일부에서 확인됐다. 파일에는 김 전 시의원과 정치권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취에 따르면 김 전 시의원은 2023년 6월쯤 노웅래 당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이던 김성열 전 개혁신당
직무유기부터 사기·횡령, 나아가 성범죄까지 변호사들의 일탈이 잇따르고 있다. 법률시장의 구조 변화 속에서 일부 변호사의 일탈이 반복되면서, 변호사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직역 전반의 윤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2024년 연도별 변호사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징계 건수는 2020년 85건에서 2024년 206건으로 5년 만에 약 2.4배 증가했다. 중징계도 뚜렷하게 늘었다. 정직 처분은 2020년 9건에서 2024년 19건으로, 제명은 같은 기간 1건에서 7건으로 급증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24년 범죄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돼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인원도 27명에 달한다. 매년 수십 명의 변호사가 형사처벌로 자격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른바 ‘재판 노쇼’ 논란을 일으킨 권경애 변호사가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권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 불출석해 패소를 초래했고 이에 직무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법원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에 유족에게 6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 윤리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