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부터 사기·성범죄·조건만남 제시까지…무너진 변호사 직업윤리

징계 5년새 2.4배 급증·제명 7배 증가
범죄 급증에도 윤리 관리 체계는 허술
“개인 일탈 넘어 구조적 붕괴 징후”

 

직무유기부터 사기·횡령, 나아가 성범죄까지 변호사들의 일탈이 잇따르고 있다. 법률시장의 구조 변화 속에서 일부 변호사의 일탈이 반복되면서, 변호사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직역 전반의 윤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2024년 연도별 변호사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징계 건수는 2020년 85건에서 2024년 206건으로 5년 만에 약 2.4배 증가했다.

 

중징계도 뚜렷하게 늘었다. 정직 처분은 2020년 9건에서 2024년 19건으로, 제명은 같은 기간 1건에서 7건으로 급증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24년 범죄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돼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인원도 27명에 달한다. 매년 수십 명의 변호사가 형사처벌로 자격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른바 ‘재판 노쇼’ 논란을 일으킨 권경애 변호사가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한 권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 불출석해 패소를 초래했고 이에 직무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법원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에 유족에게 6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 윤리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직 변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변호사로 추정되는 계정 사용자는 여성 신체 노출 계정에 “몸매 끝내준다”, “보내줘”, “따로 만날까”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개인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했다.

 

해당 아이디를 검색하면 실제 A변호사의 계정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팔로잉 목록에는 ‘근처 즉석 만남’, ‘유부녀 XX’ 등 성적 의미가 강한 계정들도 포함돼 있었다.

 

의뢰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도 발생했다. 유명 사건을 맡아온 50대 변호사 B씨는 교도소 변호인 접견실에서 중국 국적의 여성 의뢰인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내 말을 들어야 풀려난다”, “나를 신처럼 믿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이미 7000만 원이 넘는 선임료를 지급한 상태였고, 변호인을 교체하기 어려운 처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사안을 단순한 사생활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SNS를 통한 성적 접근이나 의뢰인에 대한 성적 침해는 변호사 개인의 사적 영역을 넘어 직무 수행 과정에서 형성되는 권한과 지위를 이용한 행위라는 점에서 공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의뢰인이나 일반인이 변호사의 신분과 영향력을 인식한 상태에서 접촉이 이뤄질 경우, 관계의 비대칭성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는 개인이 아니라 직업적 지위를 통해 신뢰를 부여받는 존재”라며 “그 지위를 배경으로 한 성적 접근이나 부적절한 메시지는 명백한 직업윤리 위반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위력에 의한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 계정이라는 이유로 면책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례들은 변호사 개인의 일탈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률시장은 공급 과잉 속에서 사건 수요는 감소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고 상당수 변호사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지 못한 채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과거처럼 사무장이 사건 영업을 맡고 변호사가 법률 검토와 재판에 집중하던 구조는 사실상 사라졌고, 변호사 스스로 영업에 나서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장조차 두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경제적 압박이 범죄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윤리적 기준을 무너뜨리는 토양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징계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변호사 양성 단계부터 시장 구조, 윤리교육 체계까지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국민의 권리를 대리하고 법질서를 수호하는 직업이다. 그 변호사가 범죄자가 되는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 징계 통계가 보여주듯 문제는 이미 구조적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후 제재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윤리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업 초기부터 실질적인 윤리교육을 의무화하고, 일정 기간마다 윤리 적격성 평가를 도입하는 한편 수임·보수 관리, 의뢰인 접촉, SNS 활용 등 구체적 행위 기준을 세분화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