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인 줄 알았는데”…소개팅 앱 사칭 남편, 형사고소까지

반복되는 사칭 피해…플랫폼 책임 논란 확산
인증 시스템 허술…이용자 신뢰 악용 사례 증가

 

소개팅 앱에서 변호사를 사칭하며 이성을 만나온 남편의 이중생활이 드러나면서 혼인 파탄은 물론 형사 고소로까지 번진 사연이 전해졌다. 허술한 신원 인증 구조를 악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플랫폼 책임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19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활동하던 남편의 사칭 행위가 발각되며 부부 관계가 위기에 놓였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남편 앞으로 ‘피의자신문 출석요구서’가 적혀 있는 우편물이 도착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쿵쾅거리기 시작했다”며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대체 밖에서 무슨 죄를 저질렀냐고 따져 물었더니 남편은 한참을 망설이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고 했다.

 

남편은 일정 수준의 직업과 경제력을 요구하는 소개팅 앱에 가입하기 위해 실제 존재하는 변호사 중 자신의 외모와 이름이 비슷한 인물을 골라 ‘대형 로펌 변호사’로 속였다고 밝혔다. 이후 한 여성과 교제를 이어가던 중 상대 여성이 해당 로펌을 직접 찾아가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결국 피해 여성은 사기 및 사칭 혐의로 남편을 고소했고, 해당 로펌 역시 별도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A씨는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었고,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이 전부 거짓이었던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다만 남편은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개팅 앱 기반 만남 문화와 맞물려 신원 인증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도 지적된다.

 

실제로 본지가 포털사이트에서 소개팅 앱을 검색한 결과 다수의 서비스가 광고 형태로 노출되고 있었으며, 일부 앱에 직접 가입해 확인한 결과 별도의 신원 인증 절차가 없는 경우도 확인됐다.

 

인증을 시행하는 업체라 하더라도 실명 인증에 그치거나 회사 이메일, 학교 메일, 명함 제출 등으로 인증을 대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엄격한 검증’을 홍보하는는 일부 앱 역시 직업 인증을 위해 명함이나 재직증명서 제출을 요구하지만 연소득이나 학력은 선택 사항에 그치는 등 검증 체계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제출 서류는 위조 가능성이 있어 허위 인증이 이뤄질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대기업 재직 인증을 믿고 만났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직업이었다”는 피해 사례가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으며, 일부 이용자는 “앱에서 인증 완료 표시를 믿었지만 실제로는 소규모 업체에 근무하고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법률적으로도 여러 쟁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배우자 입장에서는 혼인 파탄 책임이 문제되는데, 소개팅 앱을 통해 다른 이성과 교제한 행위는 성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정조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경우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남편의 경우 변호사가 아님에도 특정 로펌 소속 변호사인 것처럼 행세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으며, 상대방을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사기죄 적용 가능성도 있다.

 

또한 로펌 측 역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사칭 행위로 인해 항의 방문이나 평판 저하, 업무 방해가 발생했다면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근거로 민사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법인 역시 신용 및 명예 훼손에 따른 무형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

 

플랫폼 책임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른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앱이 ‘엄격한 직업 인증’을 강조해 이용자의 신뢰를 형성해 놓고 실제로는 형식적인 확인에 그쳤다면 표시·광고법상 문제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랫폼이 모든 사칭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광고 내용과 실제 운영 사이의 괴리, 그리고 그로 인해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는지가 기준이 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