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퇴직자 10명 중 6명 로펌행……제도 공백 논란

퇴직 3개월 내 재취업 다수…
‘밀접 관련성’ 판단 기준 모호

 

최근 경찰 출신 퇴직자의 로펌 재취업이 늘어나면서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별도의 심사 없이 취업이 가능한 구조가 존재해 제도적 공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 재취업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경찰 출신의 로펌 취업 심사 228건 가운데 144건이 승인됐다. 승인 비율은 60%를 넘는다. 취업 제한 제도가 있음에도 절반 이상이 허용된 셈이다.

 

취업이 허용된 인원의 직급은 경감이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위, 경정, 총경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계급으로 사건 관계자나 수사 정보에 대한 접근 경험이 축적된 만큼 퇴직 이후에도 영향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간 수행한 업무가 인허가, 감사, 조세, 계약, 감독, 수사 등과 밀접한 경우 취업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수사 업무의 경우 사건 당사자나 이해관계인과 관련된 경우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로펌이 해당 사건을 수임한 경우 역시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취업심사 대상자는 퇴직 후 3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법무법인 등에 원칙적으로 취업할 수 없지만, ‘밀접한 관련성 없음’ 확인이나 취업승인을 받을 경우 예외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재취업한 인원의 직책은 전문위원이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변호사 27건, 고문 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 조직에서 축적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민간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취업까지 걸린 기간도 길지 않았다. 승인된 사례 상당수는 퇴직 후 3개월 이내였고 나머지도 대부분 1년을 넘기지 않았다.

 

공직 경험이 충분히 단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로펌으로 이동하는 구조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을 영입한 법무법인은 대부분이 소속 변호사가 100명이 넘는 대형 로펌이었다.

 

법무법인 YK가 75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앤장(15명), 화우(8명), 세종(8명), 율촌(6명), 광장(5명), 태평양, 바른, 대륙아주(이상 3명) 순이었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변호사 자격 보유자에 대한 예외 규정이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7항은 일정 요건을 갖춘 변호사 자격자의 경우 별도의 취업심사 없이 법무법인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심사를 거치지 않는 재취업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규모가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간부가 이후 해당 사건을 맡은 로펌으로 이동해 논란이 된 사례에서도 변호사 자격을 이유로 별도 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문제는 ‘밀접한 관련성’ 판단 기준이다. 법은 소속 부서 업무를 기준으로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취업기관과 특정 사건 간 구체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취업 제한이 쉽지 않은 구조다.

 

법원 역시 취업제한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가 취업기관의 권리나 이익에 미친 영향과 그 빈도, 비중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 같은 기준은 과도한 직업 제한을 방지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취업 제한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형사사건을 다루는 로펌의 특성상 수사 경험과의 일반적 연관성만으로는 제한 사유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절차적 측면에서도 한계가 지적된다. 현행 제도는 취업 전 사전 확인이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예외 규정이 존재하고 위반 시 제재가 사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여서 예방 기능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 제한 자체는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당한 규제라고 판단해 왔다. 다만 규제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외 인정 범위와 통제 장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경찰 출신 인력의 로펌 이동 문제는 단순한 취업을 넘어 이해충돌 방지와 수사 공정성 확보라는 제도 설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참여연대는 “변호사 자격 여부와 관계없이 퇴직 공직자의 로펌 취업을 일관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