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하부 조직원, 배상 책임 인정될까?

배상명령의 현실과 한계
배상명령 인용률 15%…
배상명령 제도 실효성 논란

 

 

배상명령 제도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질 때, 피해자가 입은 직접적인 손해나 치료비 등에 대해 법원이 피고인에게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피해자는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신속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와 그 한계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전북 지역에서 2024년 5월부터 1년간 진행된 보이스피싱 관련 형사재판 1심 판결 103건 중 38건에서 배상명령이 신청되었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배상명령이 인용된 경우는 7명에 불과하여, 인용률이 약 15%에 그쳤다. 이는 배상명령 제도가 피해 회복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용에 있어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 시사법률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형사 사기사건에 한해 배상명령이 신청된 하급심 판결문 100여 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배상명령이 인용된 사례는 1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상명령이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 회복을 목표로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 활용도와 실효성이 제한적임을 보여주는 통계다.


배상명령이 인용된 경우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행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된 경우였다. 춘천지방법원의 판결(0000고단00)에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피해자에게서 직접적으로 현금을 건네받아 다른 계좌로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법원은 피해자 손해와 피고인의 행위 간의 연결이 명확하다고 판단해 피해금 전액에 대해 배상명령을 인용했다. 이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손해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반면, 배상명령이 각하된 사건에서는 주로 피고인의 배상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된 경우가 많았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조직적 특성상, 수거책이나 인출책과 같은 하부 조직원은 전체 범행의 일부분에만 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사건(0000고단0000)에서도 피고인이 수거책으로 피해자에게서 돈을 받아 송금했지만, 법원은 피해금 일부가 반환된 정황과 조직 내 다른 구성원의 역할을 고려해 피고인의 책임 범위가 전체 피해와 명확히 연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런 경우 배상명령은 각하되고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추가적인 책임을 입증해야 한다.


배상명령이 인용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민사소송과 달리 배상명령 제도에서는 일부 인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민사소송에서는 일부라도 배상받을 수 있지만, 배상명령 제도는 피고인의 책임 범위가 전체적으로 명확하지 않으면 배상을 명령할 수 없다. 울산지방법원 사건(0000고단000)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여러 계좌로 송금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역할과 피해 규모 사이의 인과관계가 일부 불명확하다고 보아 배상명령을 각하했다.


법무법인 민의 윤수복 변호사는 배상명령 제도가 피해자들에게 신속한 피해 회복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 배상명령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직적이고 다단계로 이루어진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역할과 책임을 입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배상명령 제도는 피해자들에게 신속한 피해 회복을 제공하려는 취지로 설계되었지만, 실제 활용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법원은 피해와 피고인의 행위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이는 배상명령 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며,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 회복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시사법률 손건우 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