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형벌의 끝일까? 교정의 시작일까?

「쇼생크탈출」의 첫 장면은 20년간 수감된 레드(모건 프리먼 분)가 가석방 심사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레드는 가석방 위원들 앞에서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더이상 이 사회에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신에게 맹세합니다”라면서 간절히 가석방을 희망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입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레드는 또다시 가석방 심사를 받고 10년 전과 똑같은 말을 하지만 결과는 또 ‘기각’입니다. 또다시 10년이 더 지난 뒤 이제 수감생활 40년 차인 레드는 가석방 심사에서 교화되었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냉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교화? 헛소리야! 그것은 정치인들이 꾸며낸 말이야.

 

당신 같은 젊은이가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낸 말이지. 죄를 뉘우쳤냐고?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소. 옛날의 젊은 나를 만나서 지금의 현실을 말해주며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러나 그 젊은 녀석은 오래전 사라지고, 이 늙은 놈만 남았어. 어서 부적격 도장이나 찍고 내 시간을 그만 뺏어.” 그런데 이번에는 가석방이 승인된다.


레드가 가석방을 간절히 원할 때는 ‘기각’되다가 가석방을 체념했을 때 비로소 ‘승인’되는 것이 단지 극적 재미를 고조시키기 위한 설정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석방은 재범 가능성이 낮을 때 형기가 종료되기 전에 잠정 석방하는 제도로, 잔여 형기를 사회에서 집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할 때 가석방이 가능하다.


가석방 제도는 1790년 영국 아서 필립 주지사가 과밀수용 문제와 수형자 통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품행이 좋은 수형자에게 조건부 사면을 시행한 것이 시초다.


가석방은 수형자에게 교정 동기를 부여하고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워 재범 가능성을 낮춘다. 반면, 희망이 없으면 수형자들이 자포자기에 빠져 반사회적 성향이 강화되거나 정상적인 생활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가석방은 형기 종료 후 사회 적응을 돕는 데도 유익하다.


우리나라의 가석방률은 2020년 기준 28.7%로, 일본(58.3%)이나 캐나다(37.4%)보다 낮다. 법적으로는 형기의 3분의 1만 마치면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실무상 형기의 80% 이상을 마쳐야 심사 통과가 대부분이며, 형기 종료 직전 가석방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가석방률이 낮은 이유는 가석방을 많이 해주면 국회나 여론이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간혹 가석방 기간 중에 수형자가 살인이나 성폭력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기라도 하면 언론에 보도되고 그를 가석방해준 사람에게 책임과 비난이 돌아가게 된다. 형량은 책임주의 관점에서 엄정하게 정하되, 재범 가능성이 낮은 수형자는 더 이른 시점에 가석방을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석방자는 경찰과 보호관찰소의 감독을 받으며, 1997년부터는 보호관찰, 2008년 이후에는 전자발찌 부착이 가능하다. 이는 교도소 과밀수용 완화와 교정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