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판단이 불러온 잘못된 수사1

명확한 증거 없이 만들어진 혐의의 덫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세상 떠들썩할 때 이야기다.
상담을 하고 싶다는 한 의뢰인이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 의뢰인 A씨는 00경찰서 수사관 B의 수사로 이미 한 차례 구속되었던 A씨는 출소한 지 3주 만에, 다시 같은 수사관 B로부터 또 다른 사건으로 소환장을 받았다고 했다.


“변호사님, 그 수사관한테는 더 이상 수사를 못 받겠어요. 사건을 제가 등록된 주소지로 이송하거나 수사관을 교체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어요.”


처음엔 간단한 행정적인 요청으로 보였다. 사건 이송 신청서나 수사관 교체 요청서를 작성해서 접수하면 될 것 같았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A씨가 연루된 사건은 흔히 “작업 대출”로 불리는 유형의 사건이었다.

 

이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연결해 서로 맞보증을 서게 한 뒤, 대출금을 받아 나눠 갖고 함께 갚아나가는 구조였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중개 역할을 하며 두 명의 명의자에게 총 300만 원을 대출받게 하고, 그 대가로 A씨는 30만 원의 중개 수수료를 받았다.


이런 사건의 본질은 대출자가 피해자가 아니라 금융사가 피해자인 사건에 해당하는데 문제는 맞보증을 섰던 명의자 중 한 명이 대출금을 갚지 않으려고 112에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A씨는 허위 신고로 인해 수사관 B에 의해 보이스피싱 혐의로 체포되었지만, 사건의 본질은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대출 중개 사건이었다. 문제는 체포영장 신청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수사관 B는 보이스피싱 혐의를 근거로 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체포하고 구속시켰다.


체포 후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 B가 이미 사건이 보이스피싱이 아닌 단순 중개 수수료 사건임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A씨는 구속 상태를 유지했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단순히 30만 원의 중개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구속 결정이 내려졌다. 더욱 의아했던 건 한 달 만에 A씨가 벌금 800만 원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는 점이다.


수사기록을 확인해 보니, 수사관 B는 처음에 보이스피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혐의가 변경되어 “A가 300만 원 대출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했고, 공범의 진술에 따르면 이외에도 약 3억 원의 대출을 편취하여 수수료 7천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수사를 직접 경험해본 나로서, 이 사건을 들여다보니 300만 원 대출에 수수료 30만 원만으로는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경찰들이 종종 사용하는 잘못된 수사 방식 중 하나였다. 문제는 영장실질을 담당한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추가 혐의가 명확한 증거 없이 단순히 공범의 진술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점이었다. 이후 A씨가 석방된 판결문을 확인해 보니, “동종 전과는 있으나 서류 위조는 없었고 단순히 중개수수료를 받은 점”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며 결국 A씨를 한달만에 석방했다.
A씨는 출소 후에도 불안감에 시달렸다. A씨는“변호사님, B수사관이 지인들이랑 공범들을 소환해서 조사하면서 ‘A를 평생 감옥에 보내겠다 협조좀 해줘라 어떻게든 엮을거다’”고 말했다고 해요.


처음엔 A씨의 주장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의뢰인들이 종종 억울함을 과장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들려준 B수사관과의 통화 녹음 파일은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녹음된 통화 속에서 A씨는 침착하게 말했다. “수사관님, 모르는 사람들 데려다 강요해서 거짓 자백받지 말고, 제가 직접 출석해서 소명하겠습니다.” 그러자 B수사관의 대답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적이었다. “000씨, 한 달 만에 나올 줄 몰랐네요. 나한테 와서 변명할 생각 말고, 판사랑 검사한테 가서 변명하세요.”


그의 목소리에는 개인적인 감정이 분명히 묻어 있었다. 이는 단순히 수사기관에서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수사관과 의뢰인 사이에 어떤 알 수 없는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이 수사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했다.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영장은 다른 혐의로 발부받았고, 서류 위조 혐의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재판부도 이미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수사관은 감정적으로 집착하며 의뢰인을 괴롭히고 있었다.


수사관과 피의자 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