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제도, 개정안의 과제

피해자 동의 없는 공탁 남용 방지
피해자 측 의견 청취 절차 추가

지난 1월 17일부터 형사공탁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제294조의5와 공탁법 제9조의2가 시행되었다.


이번 개정은 형사공탁 남용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 중심의 제도를 구축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 사법 절차 지연 가능성과 일부 제도적 허점도 지적되고 있다.


피고인이 공탁금을 낸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공탁이 감형 사유로 작용하는 일이 많았으나, 이번 개정으로 피해자의 의견이 재판 과정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감형 후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은 경우 피고인이 이를 다시 회수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공탁금 회수를 제한했다. 다만,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 일부 예외 상황에서는 회수가 가능하다.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가 추가되면서 재판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은 서면, 전화, 전자우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지만, 피해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피해자가 이미 의견을 제출한 경우나 연락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법조계는 의견 청취 절차가 형식적인 단계에 머물 경우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한민국 판사 1인이 연간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독일의 5배, 일본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많아 이미 과중한 업무 부담이 재판 지연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피해자가 판결 선고 직전에 공탁금을 기습적으로 수령하는 사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공탁금 수령 여부가 법원에 자동으로 통지되지 않아 재판부가 이를 알지 못한 채 양형 판단을 내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탁금 출급 사실을 재판부에 실시간으로 통지하는 전산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형사공탁 제도 개정 외에도 2025년 1월부터는 범죄피해자 지원이 대폭 강화된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생계비 지원 금액이 2인 기준 월 10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인상되며, 지원 기간도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된다.


3월 21일부터는 피해자 구조금 산정 시 기준 금액에 곱하는 개월 수가 상향되어 구조 금액이 약 20%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피해자의 구조금 관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 구조금을 분할 지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되었다.


사법부는 디지털화를 통한 재판 절차 간소화에도 나서고 있다. 1월 31일부터는 민사소송 전자 진행 시 주민등록등본이나 사업자등록증 등 공문서를 직접 제출할 필요가 없어지고, 공문서 등재신청만으로 제출이 완료된다.

 

부동산등기법 개정을 통해 1월 13일부터는 관할 등기소를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계약 현장에서 등기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절차적 장치를 강화하고, 공탁금 관련 정보의 실시간 공유 시스템 도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은 형사사법 체계의 신뢰를 높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시사법률 박혜민 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