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기꾼으로 몰린 가족 이야기

매년 반복되는 사고로 사기꾼 몰려
통상적 기준에 가려진 억울함 풀어

 

어느 날 오후, 한창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다.


“변호사님, 큰일 났어요. 우리 어머니랑 외삼촌이 보험 사기로 고소당했어요.”
“보험 사기요? 사기 금액이 얼만데요?”
“그게… 두 분 합쳐서 10억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네? 10억이요?”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지인의 어머니와 외삼촌은 여러 보험에 가입하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 보험사로부터 보험 사기로 고소를 당한 듯했다.

 

아무래도 금액이 10억 원에 달하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인에게 쉽지 않은 사건으로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두 분이 너무 억울해하세요. 꼭 좀 도와주세요.”


며칠 후, 지인의 어머니와 외삼촌을 직접 만났다. 지인의 어머니는 긴 한숨을 쉬며 지금까지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2007년 8월경부터 상해보험 포함 총 13개사 보험에 가입한 후 다음 해부터 2016년까지 총 2,119일 동안 43개의 병원에 입원, 11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약 8억 원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고, 지인의 외삼촌은 역시 2007년 8월경 8개사 보험에 가입해 다음 해부터 약 451일 동안 10개 병원에 입원하고 8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약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변호사님, 저희는 진짜 아팠어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치료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사기라니요.”


비슷한 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고 장기간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사기 혐의가 의심될 만했다. 그래도 사건의 진실을 다퉈볼 여지는 있었다.


“어머니, 지금까지 발급받은 진단서, 진료기록부, 입퇴원 확인서 등 서류를 있는 대로 모두 모아서 가져오세요.”


나는 본격적인 서류 검토를 시작했다. 모든 진단서는 정식으로 발급된 것으로 실제 치료가 필요한 부분들이었다. 경찰은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장기간 입원을 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과다 청구한 건 아닌지 의심했지만, 입원 치료 여부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즉, 환자들이 입원을 요구한다고 해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입원시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의 조사 시점이 2018년이니 1년만 시간을 끌면 공소시효 완성으로 일부분 편취금액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시간을 벌며 수사에 대응했다.


“변호사님, 저는 사고로 후유증이 있는 데다가 사고가 매년 반복되다 보니 보험회사가 더 의심하는 거 같더라고요.”


지인의 외삼촌은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고 이후 후유증을 항상 겪고 있었고, 출장 차 지방에 내려갔을 때 허리를 다쳐 보행에도 어려움이 있어 입원치료가 불가피했었다. 그 이후에도 고의적이지 않은 사고를 매년 당하면서 입원치료를 해야만 했던 사정이 있었다.

 

누군가가 보면 어떻게 매년 교통사고나 낙상사고, 자전거 전복사고를 당하느냐고 의심할 수 있지만 실제 사고를 여러 번 반복해서 당하는 당사자 입장도 억울할 만하고, 계속해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회사의 의심도 이해는 됐다.


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진료와 관련된 모든 서류를 증거로 제출하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해와 질병이 실제로 있었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외삼촌의 경우 이미 2012년경에도 보험 사기로 고소되어 불기소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에 똑같은 행위가 있었다는 점에서 기소 가능성이 높았지만 나는 그간 모아둔 자료를 적절히 제출하며 의견을 개진했다.

 
결과적으로 두 분은 공소시효 완성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과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보험회사는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기준을 적용하려 했지만, 통상적인 경우보다 입원 일자가 길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 사기를 의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각 환자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은 채 어떻게든 보험금 지출을 줄이려는 보험사의 꼼수로 보일 뿐이다. 지인의 어머니의 사건처럼, 통상적인 경우를 일부 벗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사기로 고소하는 사건들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