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우체부] 교도소 편지 인연→혼인신고→1.4억 송금… 출소 후 ‘이혼하자’ 대응은?

 

Q. 안녕하세요 제가 억울한 일이 있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제가 이 안에서 편지를 주고 받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남자가 혼인신고를 하자고 해서 생각 끝에 하게 되었습니다. 이 남자는 가족이 없어서 혼인신고를 해서 자기가 먼저 출소하면 먼저 나가서 옥바라지를 다 해준다고 해서 혼인신고를 했어요. 저는 그 말을 믿고 정말 헌신적으로 도와줬습니다. 남자는 출소했고요. 남자에게 보내준 돈은 22년 8월에 혼인신고해서 24년 6월까지 총 입금액이 1억 4,03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돈을 못준다고 이혼을 하자고 하네요. 돈이야 없어도 살지만 제가 이용을 당한 거 같아요.


지금도 돈을 해달라고 합니다. 너무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 하고 있습니다. 동생하고 삼촌도 계시기는 한데 제가 혼인신고 한 것도 모르고 있어서
상의할 사람이 없어요.
이제는 믿음도 없고 일단 고소를 할 수 있으면 할 생각입니다. 가능한지 여부를 알려주세요.
급한마음에 편지를 보내요. 꼭 답변 부탁드려요.                                                   

 

청주여자교 ○○○

 

 

A. 질문하신 분은 수감생활 중 서신을 통해 같은 처지의 남성을 만나, 먼저 출소하면 옥바라지를 해준다는 남성의 말을 믿고 혼인신고 후 헌신적으로 배우자를 조력하여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송금하였음에도, 배우자가 출소 후 이혼을 요구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① 가사상 혼인취소 또는 이혼, ② 민사상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 ③ 형사상 사기죄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차례로 검토해보겠습니다.


첫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는 사기를 안날이나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816조 3호, 823조). 혼인취소는 3개월의 제척기간이 적용되므로, 사기결혼이라는 점을 알게된 날, 즉 먼저 출소한 배우자로부터 돈을 못준다고 이혼을 요구받은 날로 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야 하고, 그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는 협의이혼 또는 재판상 이혼에 따라 혼인관계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혼인취소의 경우 기망행위의 입증이 쉽지 않아 예비적으로 이혼 청구와 함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혼인이 취소된 경우 귀책사유
가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및 재산 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배우자의 기망 사실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당초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므로, 남자분이 혼인신고 이전에 보낸 서신 등 증거를 통해 훗날 자신이 먼저 출소하여 옥바라지를 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기망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조속히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민사상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이 가능합니다.
배우자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약 1.4억 원의 금원을 지급한 행위는 법적으로 ‘증여’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556조에 따라, 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를 한 사람에 대하여 범죄행위를 한 경우 또는 증여를 받은 친족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해제원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거나 배우자를 용서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때에는 해제권이 소멸합니다. 또한 민법 561조에 따라 증여받는 사람이 부양의무 등 일정한 부담을 지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부담부 증여의 경우 상대방이 부담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6개월의 기간제한을 받지 아니합니다.


사안의 경우 배우자가 질문자를 속이고 혼인신고를 하여 거액의 금원을 편취한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 한다고 볼 수 있고, 옥바라지를 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1.4억 원을 증여받은 이상, 배우자가 출소 후 이혼하겠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옥바라지를 해 줄 것을 조건으로 한 부담 또는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는 것 으로 볼 것이어서 배우자의 사기결혼을 이유로 증여를 해제하고 부당이득 반환청구로 배우자에게 지급한 1.4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배우자의 기망에속아 증여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1.4억 원의 반환을 구할 수 도 있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배우자에게 지급한 1.4억 원 및 이에 대한 법정이자 상당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도 함께 청구할수 있습니다.

 


셋째,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배우자에 대한 사기죄는 친족상 도례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이 불가합니다.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일정한 재산범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서 배우자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를 의미하고 사실혼관계는 포함되지 않으나, 동거 여부를 불문합니다. 또한 형의 면제란 범죄가 성립하기는 하지만, 일정한 사유로 인하여형벌을 과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친족상도례의 규정 취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있고,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내지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친족상도례 규정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친족에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친족상도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졌고,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다만, 형벌불소급 원칙에 따라, 비록형면제에 관한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적용이 중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 이전의 사안까지 소급하여 적용중지되는 것은 아닙
니다.


따라서 2024. 6. 27. 이전에 배우자에게 기망당하여 송금한 금원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고소하더라도, 친족상도례에 해당하여 형이 면제되는 경우 검찰에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하고 있어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형사상 사기죄 고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혼인취소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배우자에게 지급한 금원과 이에 따른 정신적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