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불복, 오히려 ‘괘씸죄’ 추가 가능성… “정식재판 청구 신중해야”

검찰로부터 약식명령을 받은 피의자들이 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오히려 형량이 커지는 사례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괘씸죄’가 추가될 수 있어 정식재판 청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약식명령을 받은 42만 7390건 중 정식재판 청구 사건 비율은 3만 8218건으로 약 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식재판 청구율이 이처럼 낮은 까닭은 지난 2017년 약식명령보다 중한 형을 받지 않는 이른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폐기되며, 정식재판에서 오히려 과중한 형량을 받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6일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 1단독 재판부는 작년 6월 강원 영월교도소 화장실에서 흡연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몰래 담배를 피운 사실이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았으나, 징계로 인해 부당한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하면서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범행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나,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내려진 징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 등으로 인해 현재 부당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호소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해 약식명령 벌금액보다 증액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에도 약식청구보다 재판 시 형이 증가한 사례가 발생했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재판부는 교도소에서 동료 재소자 입에 양말을 물리는 등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당초 황 씨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지만, B 씨가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며 더 큰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초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가 정식명령을 청구해 놓고 정작 재판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불출석했다”며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벌금이 선고되어야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정식재판 청구가 오히려 더 무거운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여 년 전의 잘못된 상식에 기반한 조언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정식재판 청구가 유리하다고 잘못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교정시설에 수용된 재소자들은 법 개정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다른 재소자들로부터 근거 없는 ‘묻지마 정식재판’ 청구를 권유받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법무법인 안팍의 대표 신승우 변호사는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었기에 피고인 입장에서 정식재판 청구가 유리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정식재판 청구가 피고인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 “약식명령을 받은 경우 이를 정식재판 청구할지는 법조인과 상의 하에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