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 [법조인 칼럼] 법리의 틈을 파고들었던 폰지 사기 사건

피해 규모 수백억 원… 현행범 체포
원리원칙에 입각한 변호로 구속 기각

 

변호사 개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맡게 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폰지 사기 사건’ 이었다. 이 사건은 해외 투자로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한 금융 사기 사건이었다. 피해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했다. 경찰은 투자 설명회를 급습했다. 현장에 있던 회사 대표와 중간 간부들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내가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고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끝난 상태였다. 피해자의 수도 많았고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컸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피해 규모가 큰 만큼 피의자들이 구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사건에서 변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이미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대형 금융 사기’로 규정하고 투자 구조가 폰지 사기로 판명된 이상, 사실관계를 부정하기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럴 땐 법리적 다툼이 주된 변론 방식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건은 이미 장기간 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 나는 이 점이 변론의 핵심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과 그 해석의 엄격함을 강조하며 변론을 전개했다. “투자 설명회 자체가 사기 범행의 직접적인 현장이라 볼 수 있는가”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단순히 투자 설명회가 열렸다는 이유만으로 사기 범행이 명백한 현장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피의자들을 체포했지만 당시에 사기 범행이 진행 중이었는지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부족했다.

 

그렇기에 나는 범죄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닌 이상, 사기 범행의 입증은 보다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사건의 틈을 파고 들었던 것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늦은 오후가 돼서야 진행되었다. 법정 분위기는 무거웠고, 영장 담당 판사는 이미 결론을 내린 듯 보였다. 준비해온 변론을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이어갔지만, 사건이 사건인 만큼 법원의 반응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피의자들은 굳은 얼굴을 하고 긴 한숨을 여러 번 내쉬었다.

 

그렇다고 변호인인 나까지 경직되어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변호인으로서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해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초조했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이 지난 새벽 2시, 드디어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나왔다.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나의 변론이 받아들여진 것이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하거나 좋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많았고 언론도 주목하고 있어 경찰 또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변호인이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여론이나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변호인의 본분은 법적 절차를 준수하면서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무죄를 입증하는 것만이 변호의 목표가 아니다. 때로는 부당한 절차나 과도한 법적 조치로부터 피의자를 방어하는 것이 변호인으로서 더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적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해 변호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법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고, 여론이 아닌 법리와 원칙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법조인의 세계는 냉정하다. 하지만 그게 장점이기도 하다. 인정이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지도 않는다.


오직 법리와 원칙만으로 움직이는 법정에서 변호인은 법과 절차를 준수하며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변호인이 어떤 사명을 가지고 어떤 법리적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변호사 개업 후 초기 시절에 맡았던 ‘폰지 사기 사건’은 앞으로 내가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고 방향성을 잡아준 사건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