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로유 [로펌 다이어리] 진정성과 논리로 선처를 구하는 방법

실형 예상된 음주운전 재범
변명으로 보이는 반성문
진정성 있는 반성 필요해
법과 논리로 재판장 설득

 

겨울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코끝이 시릴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불던 그날 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떨리는 목소리의 노년 여성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여성의 아들은 음주운전 재범이었다.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판사가 크게 호통을 치고 검사 또한 구형을 강하게 하여 실형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문제는 사건이 변호사 없이 진행된 채 이미 판결 선고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내게 연락해왔다.


사건 기록을 검토해보니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가 제출한 반성문이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었을 부모의 마음은 알지만 반성문 내용이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변론의 논리를 흐트러뜨릴 위험이 있었으며, 특히 몇몇 문구가 자식을 감싸려는 변명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선처를 구하는데 있어서는 단순한 감정적 호소가 아닌 법적으로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쳐야 했다. 나는 가능한 전략을 검토하며 밤을 새웠고 변론재개 신청을 했다. 다행히 변론재개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나는 즉시 움직였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나는 어머님과 수차례 상담하며 합의 과정에서 강조해야 할 점과 피해자의 감정을 고려한 대화 방식을 코칭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두려워 했지만 결국 진심을 다해 대화를 나눴고 합의서 뿐만 아니라 선처탄원서 작성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었다.


증인신문 당일, 나는 새벽부터 수원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다. 증인신문은 이 사건의 결과를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나는 법정에 서서 증인이 많이 다치치 않았고 상해는 전혀 없었던 점을 신문으로 이끌어 냈다. 그리고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이 사건 이후 음주운전 예방교육을 이수하고 알코올 중독 상담을 받는 등의 재범을 막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인 점을 강조했다.

 

나는 재판장에게 이러한 노력이 단순한 선처를 위한 형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의 과정임을 강조했다. 재판장이 피고인의 변화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선고일,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변호사님! 우리 아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어요!”
기쁨으로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성문부터 고쳐 썼던 것이 이 사건 해결의 시작이었다. 반성문은 단순히 ‘죄송합니다’라고 쓰는 문서가 아니다.

 

법원은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피고인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반성문을 쓸 때는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잘못한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며 구체적인 반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본인의 행동이 타인과 사회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명확하게 기술하는 것이 좋고, 재범 방지를 위해 상담 참여, 관련 교육 이수 등의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사건을 맡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선처를 구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적 탄원이 아니라 논리적인 설득 과정이며, 재판장이 피고인의 변화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변호사의 역할이었다. 변호사는 단순히 법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절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길 위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