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대선 무대에 올랐다. 10일 공개한 출마 선언 영상에서 그는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3년 전 제20대 대선 출마 때와 마찬가지로 영상 형식을 택했지만, 메시지와 전략은 현저히 달라졌다.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사회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면, 제21대 출마 선언은 '잘사니즘'과 'K-이니셔티브'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확장된 서사를 제시했다. 경제 회복이라는 익숙한 메시지 위에 '국민과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실용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화두를 덧입힌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출마 선언에서 '잘사니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잘사니즘에 대해 "조금 더 가치지향적이고 조금 더 정신적이고 고통 없는 삶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해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내건 '먹사니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슬로건이다.
지난 20대 대선 출마 당시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이라는 정치 철학을 강조한 점과 확연히 다르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이 슬로건으로 강자를 제어하고 약자를 돕겠다는 전통적 진보 담론에 기반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발맞춰 공정, 불평등 해소, 구조 개혁 등 체제 개선 중심의 공약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에 내건 슬로건 '잘사니즘'에 비춰보면, 그의 주된 정책의 대상 범위는 약자만 보호하는 것이 아닌 '다 함께 잘 살자'는 것으로 확장됐다. 국민 전체의 삶의 질 회복을 지향하는 셈이다.
그가 새롭게 이번 대선 출마 선언에서 꺼내든 화두인 'K-이니셔티브'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구상으로, 외교·안보·산업 전반에서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비전을 담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늘어면서 관세 전쟁 등 외교 정책과 함께 대외신인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대내 민생과 대외 주도권을 동시에 강조한 셈이다.
민생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산업 구조 전환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경제 담론이 구조 개혁에서 기술·산업 경쟁력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상적 개념이었던 '공정' 대신, 실용적 접근을 선택한 점도 이상적이다.
그의 이번 대선 출마 형식은 지난 20대와 같았지만, 분위기는 색달랐다. 두 선언 모두 영상으로 진행됐지만, 20대 영상은 강한 어조와 직설 화법으로 개혁 의지를 부각한 반면, 21대 영상은 감정적 호소와 공감 중심 서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20대 영상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읽으며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보였던 성과를 부각시키며 자신의 능력 보따리를 최대한 풀어보이려고 했다.
반면 이번 21대 영상에서는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의 내레이션으로 출발해 계엄 이후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강조했으며, 자신의 정책으로 '다시 회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영상 과정을 통해 내보였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이번 21대 대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영상 속 카테고리를 분류해 시청자로부터 그의 정책 메시지를 머릿속에 쉽게 그릴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담론에서 조금 더 직관적인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번의 선언에서 공통으로 유지된 키워드는 '경제 회복'이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에서도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며 민생과 양극화 해소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 당시에는 소득 불균형 해소, 부동산 개혁, 공공 일자리 확대 등이 주요 공약이었다.
이번에는 산업 전략과 기술 혁신을 통한 실질 소득 회복을 강조한다. 전통적 복지와 분배 구호에서 벗어나, 성장을 동반한 체감 성과로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불평등 해소와 민생 회복이라는 가치에는 일관성이 있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표현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출마 선언을 두고, 이 전 대표의 전략 변화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공정' 프레임이나 구조 개혁 중심 메시지는 다소 누그러뜨리고, 실용주의적 민생 비전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에서 아쉬운 패배를 경험한 이후, 중도층 확장과 정책 실현 가능성을 중시하는 전략 수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20대와 21대 대선 출마 선언은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불평등 해소와 민생 회복이라는 가치에는 일관성이 있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표현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