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형사공탁 수령을 명시적으로 거부했음에도 판결 이후 공탁금을 출금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기습 공탁’과 이른바 ‘먹튀 공탁’을 막기 위해 공탁법이 개정됐지만 오히려 피고인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 미비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5년 개정된 공탁법은 형사공탁 회수 요건을 엄격히 제한했다. 형사소송법도 함께 개정되면서 공탁이 이뤄질 경우 법원이 피해자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공탁금은 △피해자가 회수에 동의한 경우 △공탁물을 확정적으로 수령 거절한 경우 △무죄 확정이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했다가 선고 직전 또는 직후 공탁금을 출금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주거침입·절도 사건에서 피해자는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했으나 선고 하루 전 공탁금을 출금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를 알지 못한 채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선고 이후 출금 사례도 있다. 성폭력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1500만원을 공탁했으나 피해자가 명확히 수령을 거부하자 재판부는 이를 감형 요소로 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판결 선고 일주일 뒤 피해자가 공탁금을 출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출금 사실이 재판부에 자동 통지되지 않아 양형 판단이 실제 사정과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국회에는 공탁관이 공탁금 출급 사실을 재판부에 의무 통지하도록 하는 공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선고 전 출금에 대한 통지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어 판결 이후 발생하는 출금에 대해서는 별도 대책이 없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공탁법 개정 이후 일부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더라도 선고 직전 공탁금 출금 여부를 확인해 판결문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더시사법률> 질의에 “형사공탁의 경우에도 피공탁자인 피해자는 공탁의 본래 목적에 따라 공탁금을 출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 피고인은 ‘피공탁자가 회수에 동의했거나 수령 거절 의사를 공탁소에 통고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회수 요건과 절차를 정확히 알지 못해 공탁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공탁금이 10년간 회수되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되는 구조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수령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경우 피고인 측이 신속히 공탁물 회수 신청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대표변호사는 “다른 양형 요소들도 함께 고려되기 때문에 형사공탁이 반드시 형의 감경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행 제도는 피해자의 임의적 판단과 수령 시점에 따라 피고인의 감형 여부와 경제적 손실이 좌우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공탁이 형식적 면책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피해 회복을 위해 성실히 공탁한 피고인이 정당한 절차 속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