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망가뜨린 것은 돈이 아니라 '믿음'이었습니다. (청주여자교도소)

         

안녕하세요. 횡령죄로 이곳에 들어온 지도 꽤 되었습니다. 처음 철문이 닫히던 날, 솔직히 억울한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운이 나빴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수용 생활을 하다 보면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 재수가 없어서 걸린 거라고 말하는 사람, 나오면 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사람.

 

그 모습을 보면서 불편했는데 어느 날 문득 그게 저랑 똑같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남의 돈에 손을 댔습니다. 처음엔 잠깐 빌리는 거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는 좀 더 쉬워졌고, 나중엔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저를 믿고 맡겨준 사람들 얼굴을 보면서도 멈추질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미 저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 와서 시간이 많으니까 싫어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밤에 천장 보고 있으면 제가 망가뜨린 것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돈이 아닙니다. 저를 믿어줬던 사람들의 마음, 그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를 쉽게 못 믿게 됐을 거라는 것, 그게 제일 무겁습니다.

 

돌이켜 보니 저도 처음엔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 보면서 나는 저 사람들이랑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를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남의 것을 가져간 건 마찬가지고 누군가한테 상처를 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안하다는 말, 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서해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습니다. 하늘 앞에서도 고개를 못 들겠고 피해를 준 분들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것만은 말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 저처럼 자기 잘못을 모른 척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인정하는 게 제일 어렵지만 그게 시작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적어도 제가 뭘 했는지 똑바로 보려고 합니다. 그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