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있던 컵라면 (청송직업훈련교도소)

 

 

서울구치소에 있던 컵라면


코로나가 한창일 때 구속되어 독방에 갇혔던 때가 기억
나요.


그 기분 아세요? 인생 첫 구속의 기분이요.
소중한 사람들과의 단절이 특히 괴로웠어요.
생각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는 것이라 하던데, 진짜
그래요.


죄인은 괴로운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났다가 이어서, 얼
룩은 닦여야 하듯 나도 사라져야 하는거 아닌가 하느 생
각이 났어요.


방안을 둘러보니, 옷걸이봉은 잘 부러지는 플라스틱 이
고요.


화장실 문고리는 아무것도 걸 수 없는 모양이에요.


수납장엔… 이게 뭐죠? 컵라면이 있네요? 그 위에 쪽지가
있어요.


읽어보니, 정신없고 입맛도 없으실텐데 이거라도 드시라
고 적혀있어요.


너무 비현실적이라 한참동안 쪽지랑 라면을 만지작
거리며 봤던 기억이 나요.


여긴 감옥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면서요.
이 자리를 빌어 그분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서울구치소의 격리방
에 라면과 쪽지를 남겨두신 그 따뜻한 마
음 참 감사했습니다. 제가 느낀 감동이 이
어지길 바라며 저도 남겨두었는데 지금도
어디선가 이어지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To. THE 시사법률 품 36.5 담당자님
덕분에 좋은 기억 다시 꺼내봐서 좋았습니
다. 감사합니다.


○○○에서 ○○○드림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