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이라는 인생의 고난을 만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제가 의뢰인과의 상담 과정에서 자주 받는 질문들을 이 ‘법·알·못 상담소’ 코너를 통해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궁금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어서 담당 변호사가 있어도 깊은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것들 위주로 답변을 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엔 ‘형사 재판 절차 전반’에 대해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체포부터 상고심(=3심) 재판이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해볼 텐데, 이번 코너에서 전부 설명드리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 같고 다음 코너까지 이어서 계속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설명이 봄날의 단비처럼 안에 계신 분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피의자가 체포되었다’, 이제부터는 어떤 절차가 진행되나요?
A. 구치소에 수감된 분들 중에는, 불구속으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분도 있겠지만, 체포 절차부터 시작된 분도 있을 것입니다.
체포는 긴급체포‧영장체포‧현행범체포 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48시간 동안만 가능’합니다.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반드시 피의자를 석방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피의자에게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라고 하지 않고, 굳이 체포를 했다면 이는 매우 높은 확률로 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두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사건에서는 이후 구속영장도 신청하기 위해서 곧바로 1회 경찰 조사를 시작합니다. 당연히 모든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하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경찰이 체포된 피의자에게 이런 부분을 다정하게 알려주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분들이 혼자서 조사를 받으셨을 것이고, 그로 인해 사건이 꼬인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실무상 경찰은 36시간 이내에 1회 경찰 조사를 마무리한 다음,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을 하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사는 48시간 내에 법원으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요.
그래서 이 단계에서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지 않도록 담당 수사팀과 협의를 해야 하고, 이미 영장이 청구되었다면 이제부터 제가 설명 드릴 ‘영장실질심사’를 잘 준비하여 영장을 기각시켜야 합니다.
Q.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 그다음에는 어떤 절차가 진행되나요?
A. 제가 앞서,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위 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영장실질심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래 있던 경찰서 유치장에 계속 유치해둘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영장실질심사란, 법원의 판사가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영장 판사가 판단하여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면 영장을 발부하고, 이 경우 피의자는 구속 상태에서 남은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됩니다. 참고로, 영장 판사는 나중에 1심 재판을 맡게 되는 판사님과는 다른 분입니다.
실무에서는 통상 체포된 날로부터 1, 2일 이내에 영장실질심사 기일이 지정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체포된 피의자가 영장 기각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부족한 것인데요. 그래서 제가 항상 체포된 즉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사건 중에는 사안이 중대하여 사실상 영장 발부가 100% 예정된 케이스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일관성 있는 주장을 위해서 또는 중요한 주장이 부각시키는 측면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잘 준비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영장 발부 결정이 나왔다면 그때부터 피의자는 체포 상태가 아닌 구속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일단은 다시 경찰서 유치장으로 돌아가게 되고, 체포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구치소로 이감됩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추가 조사가 있을 수도 있고, 그냥 대기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Q. 검찰 조사 후 기소까지는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A. 구치소로 이감되었다는 것은, 사건도 검찰로 송치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제 경찰 단계가 끝나고 검찰 단계가 시작되는 것인데요.
검찰 조사는 원칙적으로 10일, 최장 20일 동안 가능합니다. 물론 이 기간에도 매일 검찰청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1, 2회 정도이고, 사안의 내용이 복잡한 경우에는 그보다 더 많이 진행될 수 있는데요. 구치소에 이감되고 나서 보통 일주일 이내에 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검찰은 20일 이내에 기소를 해야 합니다. 기소는 공소제기와 같은 말로,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간다는 뜻이고, 이 단계 이후부터는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 신분이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경찰에서는 최장 10일, 검찰에서는 2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므로 기소되기까지는 한 달까지도 걸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 기간보다 더 길게 수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피의자를 석방해야 하는데, 실무에서는 실제로 피의자를 석방하면서 조사 기간을 늘리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가끔 의뢰인이나 가족들이 법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것을 이용하여, 검사와 협의하여 불구속으로 해주겠다는 법률 대리인도 있는데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Q. 기소가 되고 나면 첫 번째 재판기일은 언제 지정되나요?
A. 기소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첫 번째 공판기일이 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소 후 일주일 정도 안에 공소장을 받게 되고, 2~3주 사이에 첫 번째 기일이 지정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 기간 동안 피고인은 변호인을 통해 증거기록을 열람등사하여 확보한 다음, 재판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게 됩니다.
증거기록 등사 일정은 검찰청에서 지정을 해주는데, 만약 등사일이 늦게 지정이 되거나 혹은 기록의 양이 너무 방대하여 첫 번째 기일까지 준비를 마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기일을 연기 신청하거나 혹은 첫 기일에 출석하여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히고 다음 기일을 지정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이라거나 재판 준비를 나태하게 한 것이 아니라면, 재판 준비를 이유로 기일 연기 신청을 하는 것은 판사님도 이해해주시는 부분이니 따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지금까지 체포부터 1심 공판기일이 지정되기까지의 절차를 설명드렸는데요.
추가적으로 남은 1심 재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2심 및 3심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련해서는 이어지는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 계속해서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최대한 쉽게 풀어 보려고 했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변호사가 알아서 잘해주면 좋겠지만, 의뢰인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편하게 사건을 진행하는 변호사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본인의 사건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시는 것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저의 글이 형사 재판을 받는 모든 분들께 아주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모두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