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상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 이미 끝난 사건을 다시 심리해 피고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절차다. 단순한 사실관계 재검토를 넘어 과거 재판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다시 따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심은 기존 판결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절차 위법이나 증거 판단 오류가 드러났을 때 허용되며 그 요건은 엄격하게 판단된다.
특히 군사정권 시기 이뤄진 군사재판과 관련해서는 강압 수사나 관할 위반 등이 재심 사유로 문제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법리적 기준 속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10·26 사건’과 관련된 고(故)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건에 대해 재심을 개시하기로 했다.
김 전 실장은 육군참모총장과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발생한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 이 사건은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사건 이후 김 전 실장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도운 혐의로 기소돼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지만 이후 감형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고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뒤 1988년 사면과 함께 복권됐다. 그는 2016년 93세로 사망했다.
유족은 2017년 재심을 청구하며 민간인이었던 김 전 실장이 군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와 재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불법 수사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형사소송법 제438조는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이 사건을 다시 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판결의 적법성만을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공소사실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는 절차다.
특히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재심은 진행될 수 있다. 같은 조항은 사망자를 위한 재심에서는 공소기각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심리가 이어진다.
재심 결과 무죄가 선고돼 확정되면 기존 확정판결은 효력을 잃는다. 이 경우 법원은 무죄 판결 요지를 공시할 수 있으며 유족은 형사보상 절차를 통해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심 개시가 군사정권 시기 군사재판 절차의 적법성과 당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판단을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심 공판에서는 수사 과정과 재판 절차의 위법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