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연속 업무 관련 회식에 참석한 뒤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숨진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21일 영업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2022년 자택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의 배우자 이 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그는 사망 직전까지 3일 연속 업무 관련 저녁 술자리에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은 "업무상 회식 과정에서 무리한 음주를 했고 이는 명백한 산업재해"라며 유족급여 지급을 요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질병으로 볼 수 없다"며 거부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와 관련된 회식에서 연속적으로 술을 마신 결과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인정된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특히 전날 회식에서 짧은 시간 동안 도수가 높은 술을 다량 섭취해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알코올이 분해되기 전에 연속적으로 음주하면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마지막 날 회식은 A씨가 비용을 부담한 사적 모임으로, 회사 공식 행사가 아니었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참석자들이 모두 업무상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관계였고, 장기 해외 출장을 앞두고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3명이 부담한 식사 비용만 100만 원에 달해 단순히 사적인 친목 도모를 위한 비용이라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인 점 등을 볼 때 식사 비용을 A 씨가 부담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 관련성이 없는 식사 자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희정 법률사무소 로유 대표변호사는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통상적인 업무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와 질병을 포괄적으로 포함한다"며 "회식이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경우라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음주로 인한 사고 역시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