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龍형님파’ 조직 검거…878명 속여 210억 챙겼다

로맨스스캠·코인사기·노쇼까지…
21명 구속, 총책 자룡 송환 추진

 

로맨스스캠과 가상자산 사기, 기관사칭, 노쇼 사기 등 온라인 기반 사기 범죄가 해외 거점을 중심으로 조직화·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SNS나 메신저를 통해 관계를 형성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은 피해자가 범죄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복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범죄는 단순한 개인 범행을 넘어 역할이 세분화된 조직형 범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총책을 중심으로 콜센터 조직, 유인책, 자금세탁을 담당하는 인출책 등이 분업화돼 운영되며, 해외 거점을 통해 수사망을 회피하는 구조를 띤다.

 

이 같은 범죄 구조는 최근 경찰이 적발한 조직형 사기 사건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22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가입·활동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이른바 ‘룽거컴퍼니’ 조직원 2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로맨스스캠과 가상자산 사기, 기관사칭, 노쇼 사기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한국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 명칭은 중국 국적 총책이 사용한 가명 ‘자룡’에서 유래했다. ‘룽(龍)’과 ‘거(哥)’를 합친 표현으로 ‘용 형님의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조직 규모는 약 36명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총책 자룡을 포함한 9명은 태국 경찰에 체포돼 국내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2명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로 지정된 상태다.

 

수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간 한국인 피해자 878명을 상대로 약 210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방식에 따라 조직은 여러 팀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로맨스스캠팀은 인터넷에서 확보한 이성 사진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친밀감을 형성하고 항공권 제공이나 해외 투자 기회를 미끼로 금전을 요구했다.

 

가상자산 사기팀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이나 환불을 빌미로 접근해 코인을 저가에 구매할 수 있다고 속였으며, 노쇼 사기팀은 군부대 등을 사칭해 대량 주문을 유도한 뒤 물품 구매를 요구하고 대금을 가로챘다.

 

또 기관사칭팀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이며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 내부는 군대식 통제 구조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전화 반납과 외출 제한이 이뤄졌고, 갈등이 발생한 조직원에게 폭행이 가해진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 경찰은 지난 6월 파타야의 한 리조트를 급습해 조직원 20명을 검거했으며, 이후 이들은 순차적으로 국내로 송환됐다. 일부 조직원은 자진 귀국하거나 다른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행이 드러나 추가로 검거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단순 사기를 넘어 조직적 범죄단체 사건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형법 제114조는 중범죄를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활동한 경우 해당 범죄의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총책과 조직원 간 역할 분담과 지휘 체계가 확인될 경우 범죄단체 조직·활동 혐의가 함께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또 피해자를 기망해 금전을 송금받은 행위는 사기죄뿐 아니라 전기통신금융사기 관련 특별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으며, 대포통장이나 접근매체가 사용된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도 추가로 성립할 수 있다.

 

해외에서 범행이 이뤄진 경우에도 처벌 가능성은 열려 있다. 피의자가 한국인이라면 형법상 속인주의에 따라 국외 범행도 국내에서 처벌이 가능하며, 외국인이 가담한 경우에도 피해자가 한국인이라면 보호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재판권이 인정될 수 있다.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 수사 역시 이러한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찰은 현재 룽거컴퍼니와 연계된 추가 조직이나 해외 사무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 같은 조직형 사기 범죄는 역할이 분업화돼 피해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특징이 있다”며 “SNS나 메신저를 통한 금전 요구는 원칙적으로 의심하고,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