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50대 석모 씨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자격정지 9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 씨는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됐다.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 씨와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 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석 씨 등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로 2023년 5월 기소됐다.
석 씨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과 국가기밀인 평택 미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시설 정보 등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석 씨 등이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도를 받으며 지하조직인 ‘지사’를 결성해 민주노총 중앙본부와 산별, 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포섭하는 등 노동단체 장악을 시도한 것으로 봤다.
검찰·국가정보원, 경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북한 지령문 90건과 대북 보고문 24건 등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주고받은 통신문건의 암호 해독을 통해 지하조직 활동을 적발했다고 했다.
앞서 1심은 석 씨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징역 9년 6개월과 자격정지 9년 6개월로 감형했다. 김 씨 역시 징역 7년에서 3년으로 줄었고, 양 씨와 신 씨는 무죄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석 씨의 행위는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면서도 “민주노총 전체가 피고인의 비밀조직에 의해 운영된 것은 아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은 지하조직의 실체 여부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검찰 증거만으로 조직적 요건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실체와 무관하게 피고인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