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실에서 탈색 시술 도중 화상을 입은 손님에게 미용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원중)는 대학생 A씨가 미용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약 68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학생인 A씨는 미성년자였던 2021년 2월, 서울 마포구의 한 미용실에서 B씨로부터 탈색 및 염색 시술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밝은 색의 모발을 원했고, 이에 B씨는 탈색제를 도포한 뒤 약 30분간 방치한 후 머리카락을 헹궈 말렸다.
하지만 A씨는 더 밝은 색을 원했고, B씨는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탈색 시술을 진행했다. 20분 뒤 모발 색을 확인하던 중 A씨의 모발에 얼룩이 남아 있자, B씨는 열처리를 위해 전열기를 씌워 가열했고 A씨는 두피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B씨는 곧장 A씨의 두발을 씻겼고, 머리카락을 말리는 과정에서 A씨의 귀 뒤에 물집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연고를 발라줬다.
이튿날에도 통증을 느낀 A씨는 병원을 찾았고, 머리와 목, 두피 부위에 2도 및 3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병원에 입원해 상처 세척 및 가피절제술을 받았고, 이후에도 변연절제술(감염으로 인해 오염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 등을 받았으며, 올해 4월까지 통원 치료를 이어갔다.
A씨는 “시술 중 탈색제 도포 방식과 전열기 과열 등 B씨의 과실로 인해 화상을 입었다”며 2억5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시술 직후 A씨가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전열기 사용 중 A씨가 휴대전화를 조작하며 머리를 움직여 전열기 내부에 접촉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는 미용사로서 탈색 시술 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A씨에게 상처를 입혔고, 이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특히 전열기를 사용할 당시, 탈색제가 도포된 상태에서 발열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시술이 A씨의 요청에 따라 두 차례 진행됐고, 동일한 탈색제를 사용한 다른 고객에게서는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재산상 손해액의 8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대학 신입생으로서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의 정도를 참작했다”며 위자료 3000만원을 포함, B씨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총 68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