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희 로펌에는 조직범죄 사건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게 된 분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상담하다 보면, 상황을 잘못 이해하여 불리한 선택을 하려는 경우도 종종 보곤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조직범죄 사건에 연루되어 수사를 앞둔 분들이 자주 묻는 핵심 질문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런 사건은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구속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사건이 구속으로 바뀌기도 하고, 선처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리는 일도 생깁니다. 제 글이 잘못된 선택을 막고 좋은 결과를 받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지금 저는 해외에 있는 외국인수용소에서 출국 날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먼저 들어간 공범 중에는 체포가 안 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혐의를 인정한 사람들은 구속되고 무죄를 주장한 사람들은 불구속 수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저도 무죄를 주장해도 될지 궁금합니다.
A. 누구나 구속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두렵기 마련인데, 질문자분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 불안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되어서 위로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다만 제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서 구속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긴 어려운데요. 그럼에도 제가 이 질문을 채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소위 ‘카더라’ 정보를 듣고 질문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답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 정말 안타깝게도 안에 계시는 분이 말씀 주시는 ‘카더라’ 정보들은 거의 98% 확률로 틀릴 때가 많습니다. “구속이 안 됐다더라” 하시는데 제가 알아보면 다들 수감 중이시고, “무죄로 나왔다더라”는 분들도 알고 보면 구속 만기 6개월이 지나 잠시 보석으로 나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위 관리자인데 형량을 징역 1년 받았다더라” 해서 보면 이미 몇 년씩 받고, 추가 건에서 형량 받은 걸 잘못 들으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절박한 상황에서 희망적인 이야기에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신이 구속될 수도 있는 인생 최대의 위기 앞에서는 듣기 좋은 소식이 사실처럼 느껴지기 마련이죠. 게다가 소식이 건너건너 전해지는 과정에서, 아직 검거되지 않은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윗선에서 일부러 상황을 좋게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카더라’ 소문을 너무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본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냉정히 말씀드리면, 공소금액이나 가담 기간, 그리고 역할의 비중에 따라 예측 가능한 형량 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사건이 기적적으로 잘 풀린 게 아니라 ‘소문이 틀렸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입니다.
Q. 저는 리딩방 조직에 가담했었습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경찰의 연락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못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직접 증거는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일단 혐의에 대해 부인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변호사님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일단 이 부분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저 역시 의뢰인이 무죄 또는 최소한의 처벌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혐의가 드러나지 않을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는 저 역시 그에 맞춰 적극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질문자분의 상황에서는 원하시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겠습니다. 제가 다른 코너에서도 여러 번 비슷한 답변을 드린 적 있는데, ‘직접 증거’의 개념은 일반인과 수사기관이 다릅니다. 텔레그램 대화나 녹취록 같이 눈에 보이는 물적 증거만이 직접 증거가 아닙니다. 같이 가담했던 공범의 진술 같은 인적 증거도, 모두 강력한 직접 증거로서 실제 재판에서는 물적 증거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상황을 가정해서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먼저 검거된 공범 A가 “질문자도 함께 근무했고 상담원 역할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질문자께서는 “단순히 출근만 했을 뿐, 실제 가담은 없었다”고 부인하시고요. 그러면 경찰이 물을 겁니다. “그럼 A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고요. 보통은 이 지점에서 바로 무너집니다. 체포된 상태에서 수사관과 마주 앉아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계속 거짓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수사관은 가담도 안 했는데 왜 사무실에 출근했는지, 지내는 동안은 어떤 돈으로 생활했는지 추궁할 것이고, 결국에는 A와 대질 조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끝까지 부인하더라도 판사는 A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제가 강조드리고 싶은 점은 이렇습니다. 공범의 진술도 형사소송법상 직접 증거에 해당한다는 것, 그리고 이미 공범의 입에서 “가담했다”는 말이 나온 이상, 그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진술 전략을 세워야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과거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에 가담했었고, 곧 수사를 받게 될 것 같습니다. 공범들이 검거돼서 제 얘기가 나왔을 것 같은데 저는 지금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요?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A. 질문자분과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당장 지금 제가 진행하고 있는 사건도 많아서 그 불안하고 막막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입니다.
질문자분처럼 혐의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라면, 경찰의 연락을 기다리기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 유리한 양형 요소를 만드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즉 경찰이 체포하기 전에 스스로 자수하거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제가 맡은 여러 사건에서도 이런 조치를 통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하거나, 설령 구속이 되더라도 이후 재판에서 집행유예나 감형 등 선처를 이끌어 낸 사례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두려움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판결문에 ‘유리한 사정’으로 기록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되는 셈입니다. 체포된 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는 건 ‘수사에 협조했다’고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이미 피의자의 혐의를 파악하고 있는 경우에도, 직접 신변을 확보하기 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자수로 인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하루빨리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조직범죄 사건에 연루된 분들이 수사를 앞두고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단독 범죄와 달리, 조직범죄는 본인 혼자 조사에 잘 임한다고 해서 끝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다른 공범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 결국 본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며,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이런 사건은 초기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속 전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다면 불구속 수사로 진행되거나, 재판 단계에서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근거를 미리 만들어둘 수도 있습니다. 반면 대응이 늦어지면 수사기록이 이미 굳어져 불리한 내용이 고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이 현재 수사 단계에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언제든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