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리조트서 194억 투자사기…한국인 포함 54명 검거

SNS 광고→오픈채팅→가짜 앱 수법
해외·고액 알바에 청년 40여명 가담

 

 

캄보디아 현지 리조트를 거점으로 ‘고수익 투자처’를 내세워 229명으로부터 약 194억 원을 가로챈 일당 5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승리’라는 가명을 사용한 한국인 관리책 A씨(37)를 포함해 총 5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중국인 총책의 지휘 아래 해외 금융회사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1년 가까이 범행을 이어왔다.

 

사기, 범죄수익은닉,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를 받는 이들은 캄보디아의 한 리조트를 통째로 임차해 콜센터, 사무실, 숙소를 두고 운영팀·콜센터·세탁팀·대포통장 관리팀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수익 투자처’ 광고를 올려 피해자들을 오픈채팅방으로 유인했다. 이후 해외 투자 전문가 행세를 하며 자체 제작한 허위 주식매매 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조작된 수익 명세를 보여주며 재투자를 유도했다.

 

초기에는 소액의 수익금을 실제로 지급해 신뢰를 쌓은 뒤, 더 큰 금액을 유도하고 앱을 폐쇄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반복했다.

 

일당은 범죄수익금을 다른 계좌로 옮긴 뒤 코인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직은 두 달간 범행을 이어간 뒤 한 달간 준비 기간을 갖는 방식으로 약 1년 동안 활동했다. 콜센터 직원 31명은 캄보디아 단지 내에서, 자금세탁책 23명은 대부분 국내에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20대가 29명, 30대가 15명으로, 상당수가 ‘해외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한 청년층이었다.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 중 관리책 A씨는 2023년 10월 카지노 이용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갔다가 도박으로 돈을 잃고 현지 범죄단지의 하부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지 당국과 공조해 지난 5월 베트남 달랏에 체류 중이던 A씨를 송환해 구속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에도 캄보디아 현지에 공동조사팀을 파견해 조직원 2명을 검거했으며, 이들은 현재 캄보디아 이민청에 구금된 상태다. 국외 도피 중인 17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하고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노린 비대면 금융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투자 전 상대방의 신원과 회사 실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해외·고액 알바 명목으로 청년들이 불법 콜센터나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취업 전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