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범석 변호사 "여론이 판결 좌우하면 피해자에게도 불리하다"

사법 신뢰는 결론이 아닌 판단 과정의 투명성에서 나온다

 

최근 형사 사건을 둘러싸고 구속 수사와 불구속 수사의 기준, 여론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 양형을 둘러싼 국민 법 감정 논쟁 등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판결을 둘러싼 이른바 ‘여론 재판’ 현상까지 확산되면서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과 신뢰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형사 사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법률사무소 석상 조범석 변호사는 “구속 여부나 판결 결과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절차적 정당성과 사법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이 사회적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개별 사건의 결론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판은 법과 증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유지될 때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범석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구속 수사와 불구속 수사의 기준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신 구속의 필요성과 한계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A. 인신 구속은 형사절차에서 가장 강력한 강제처분이기 때문에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명확한 경우에는 구속 수사가 불가피할 수 있지만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구속 자체가 피의자와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판단이 사실상 사회적 낙인이나 결과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속 여부의 문제는 엄벌과 관용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인권 보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수사의 필요성과 개인의 기본권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Q. 여론이 형사 재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재판의 독립성과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어떤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형사 재판은 기본적으로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재판의 독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입니다. 여론은 사회적 관심과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개별 사건의 결론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재판이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영역일 수는 없습니다. 법원 역시 사회적 가치와 변화 속에서 법을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론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원칙 안에서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정제해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재판의 독립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이루어질 때 사법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는 판결 이후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여론 재판’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사법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A. 시민들이 판결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현하는 것 자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법부 역시 국민의 시선을 완전히 외면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온라인 여론은 사건의 전체 맥락보다는 자극적인 요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토된 증거와 법리적 판단이 생략된 채 결론만 놓고 비난이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되면 법관이 법리보다는 여론의 반응을 의식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사법 독립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당사자에게도 문제를 남길 수 있습니다. 판결 이후에도 온라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상황은 법적 절차가 끝난 이후에도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특정 사건에서 형량이 너무 가볍다거나 무겁다는 논쟁이 반복됩니다. 국민의 법 감정과 법원의 양형 판단 사이의 간극은 왜 생긴다고 보십니까?


A. 이런 간극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문제이며 완전히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판단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범행 동기와 경위, 피해 회복 여부, 전과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결정합니다. 반면 시민들은 결과로 나타난 피해의 심각성을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출발점이 다른 셈입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검토된 방대한 증거와 맥락이 외부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있습니다. 시민들은 제한된 정보를 통해 사건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사건이 단순화되거나 감정적으로 소비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결국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판결의 투명성을 높이고 양형 이유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절차적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형사절차에서 방어권 보장은 기본적인 원칙이며 제도적으로도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변호인 참여권이나 진술거부권 고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등 과거에 비해 절차적 통제는 분명 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제도가 존재하는 것과 그것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사 환경이나 당사자의 이해 정도에 따라 체감이 달라질 수 있고 처음 형사 절차를 경험하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절차를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고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라고 생각합니다.


Q. 사법 신뢰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신뢰는 결국 이해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판결이 납득되지 않을 때 불신이 생기기 때문에 그 판단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중요합니다.

 

판결문이 보다 시민 친화적인 방식으로 작성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의 판결문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시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에 이르게 된 논리를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결과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판단 과정에 대한 신뢰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 재판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법부가 중요한 판결의 의미를 설명하는 소통 창구를 확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형사 재판에서 여론과 법률 판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한 가지를 꼽는다면 절차의 독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론은 때로 정의로운 방향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감정적이거나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해 형성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판이 그러한 흐름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법이 아니라 분위기가 판결을 좌우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피고인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결국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론은 사법 시스템을 감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개별 사건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사법 신뢰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