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군부대 등을 사칭해 국내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이른바 ‘노쇼 사기’를 벌여온 한국인 범죄단체 조직원들이 정부 합동 수사에 붙잡혀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부(부장검사 김보성)는 15일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노쇼 사기 범죄단체 조직원 2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과 국내를 오가며 활동한 조직으로, 한국인 총괄 1명과 팀장급 3명, 모집책 1명, 유인책 등 팀원 18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17명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고, 수사 착수 이전에 입국한 6명은 국내에서 붙잡혔다.
합수부는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이 확보한 국제범죄 첩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해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공조했으며 약 3개월 만에 조직원 전원을 검거했다. 현지에서 체포된 조직원들은 40일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군부대와 병원, 대학 등 주요 기관 직원을 사칭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수법은 1차 유인책이 식당과 소상공인에게 단체 예약 전화를 걸며 와인·가구 등 물품을 특정 업체를 통해 대리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고, 2차 유인책이 해당 판매업체를 사칭해 구매대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업주가 지정된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면 조직은 돈만 챙긴 채 연락을 끊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215명에 달했으며, 피해 금액은 약 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명함과 물품 구매요청서, 입금 요구 금액이 포함된 대본 등을 사전에 제작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명의의 허위 구매 공문을 만들거나, 특정 부대 마크와 슬로건이 기재된 가짜 명함을 제작해 ‘부대 물품 담당 장교’로 행세한 사례도 확인됐다. 사칭 대상은 군부대뿐 아니라 대학과 병원 등으로 다양했다.
합수부가 확보한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는 추석 연휴 등 상점 영업이 제한되는 기간에도 범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피해자 심리를 분석해 범행 대본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한 정황이 담겼다.
한 조직원은 가구점에 “대학 건물 리모델링으로 노후 책상을 교체해야 한다”며 재고를 문의한 뒤, ‘대학 시설기획팀 업무 총괄’이라는 직함이 적힌 가짜 명함으로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총책을 정점으로 한국인 총괄, 팀장, 유인책으로 이어지는 위계를 갖추고, 사칭 기관별 범행 시나리오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조직적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수익은 유인책별로 분리·취합해 실적에 따라 수당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피해자 입금 내역이 공유되는 텔레그램 방에서는 이를 조롱하는 메시지까지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부는 지난해 9∼11월 1차 유인책 4명과 조직원 모집책 1명을 먼저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후 한국인 유인책들을 총괄한 관리자급 40대 남성을 포함한 나머지 조직원들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총책과 국내 공범들에 대해서도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동부지검에 따르면 합수부는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등 해외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원 199명을 입건했으며 이 가운데 103명을 구속했다.
합수부는 “물품 대리 구매를 요청하는 예약 전화는 사기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해외 체류 중인 총책과 국내 가담자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