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대선 개입’ 정황 녹취 확보…“이만희, ‘윤석열하고 틀어지면 끝’”

 

검찰과 경찰이 신천지예수교회의 정치권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교단 최고위 인사가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조직적 지원을 시사한 녹취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른바 ‘신천지 2인자’로 불린 고동안 전 총회 총무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전직 간부 A씨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녹취에는 교주 이만희의 발언을 전하는 내용과 함께 대선 개입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확보된 녹취에서 고 전 총무는 "'나(이만희 총회장)는 11월 재판이(2021년 11월 2심 선고) 끝날 때까지 양당에서 자기들 스스로 당 경선을 알아서 해야 한다'며 '대선 때 우리가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전엔 어떻게 하지 않겠다'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통화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주호영·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됐다. 고 전 총무는 A 씨와 통화에서 "선생님(이 총회장)이 뭐라고 하셨냐면 '윤석열하고 잘못돼 버리면 모든 게 다 끝난다'며 '너, 내가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아느냐'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선생님이 근데 윤석열 때문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합수본은 이 총회장이 이희자 한국근우회 회장을 매개로 윤 전 대통령 측과의 접촉을 시도하려 했다는 대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근우회는 일제강점기 항일 여성단체 ‘근우회’를 계승한다며 1982년 설립된 단체로 복수의 신천지 전직 간부들은 이 단체가 ‘신천지 위장조직’으로 활동하며 윤석열 대선 캠프와 신천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녹취에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접촉 정황도 언급됐다. 고 전 총무는 “김 전 대표를 만났을 때 ‘대구시 보고서’를 만들어 갔고, 이를 보고 크게 호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포항 수산업자 사건으로 곤란한 상황이라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무는 김 전 대표에 대해 “옥새 파동 이후 반대 여론이 크고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킹메이커 역할은 가능해도 직접 전면에 서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선은 정권을 걸고 싸우는 만큼 잘못 얽히면 큰일 난다”고 A씨에게 당부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의 통화에는 주호영·권성동 의원에 대해서도 “과거 큰 계파의 수장이었다”는 언급이 담겼다.

 

고 전 총무와 통화한 A씨는 과거 신천지 청년회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후 당 비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그는 현재 교단을 탈퇴해 고 전 총무를 내부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한 상태다.

 

합수본은 최근 A씨를 포함한 신천지 탈퇴 간부들을 잇따라 소환해 국민의힘 집단 가입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총회장 지시 없이 조직적 당원 가입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공통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고 전 총무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신천지 측은 입장문을 통해 “특정 정당의 당명 변경이나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원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역시 “신천지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