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이메일 무단 접속해 주식 거래…전직 로펌 직원 실형

전산실 근무하며 내부 정보 이용…
주식공개매수·유상증자 정보 악용

 

법무법인 '광장'에서 근무하며 변호사들의 이메일에 무단 접속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전직 직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법무법인 광장 전 직원 가씨(40)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60억 원을 선고하고, 18억2000만 원 상당의 추징을 명했다.

 

함께 기소된 전 직원 남씨(41)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6억 원을 선고하고 5억2700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피고인 모두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광장 전산실에서 근무하던 가씨와 남씨는 2021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소속 변호사 14명의 이메일에 무단으로 접속해 주식공개매수, 유상증자 등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취득한 뒤 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씨는 해당 정보를 활용해 5개 주식 종목을 매매하며 약 18억2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고 남씨는 약 5억27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미공개 정보를 얻기 위해 변호사들이 취급하는 문서를 무단으로 열람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며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범행을 지속했고, 가족 명의 계좌까지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거나 범행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인 점을 들어 “진정한 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당이득으로 고가 외제 차량과 아파트를 구입한 뒤 금융당국 조사가 시작되자 이를 처분해 현금화한 정황도 양형에 불리하게 고려됐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부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사한 방식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산하 MBK 스페셜시튜에이션스 전 직원 고씨(32)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이 선고됐다. 고씨의 지인 2명에게도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 추징이 선고됐다.

 

고씨는 주식공개매수 준비 회의 및 투자 자료 등을 통해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직접 주식 거래를 하거나 이를 지인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지인들은 해당 정보를 활용해 총 7억99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얻은 불법 수익이 형사 처벌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환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민의 박세희 변호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취득한 불법 수익은 형사 절차에서의 추징과 벌금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환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범죄로 얻은 이익 전액에 대해 추징을 명령하는 한편, 그 이익의 약 3배에 달하는 고액의 벌금을 병과했다”며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형사처벌과 행정 제재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이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향후 항소심과 별도로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여부, 피해 투자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등도 추가로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