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회보호법 폐지됐지만…보호감호 대상자 교정시설에 3명 집행 중

천안교도소 별도 구역서 관리·작업 참여
형기 종료 후 격리 처분, 현재까지 유지
형벌 아닌 보안처분…관리 주체 논란

 

“유전무죄, 무전유죄.”

 

1988년 영등포교도소 집단탈옥 사건 당시 지강헌이 남긴 이 말은 ‘형사사법의 불평등’만큼이나 한 시대의 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지강헌은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기 전 인질들에게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보태 17년 썩을 것을 생각하니 아득해서 탈주했다”고 말해 보호감호소라는 존재가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17일 더시사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2026년 현재 보호감호 처분 대상자 3명이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교도소 내 별도 구역에서 생활하며 교정본부 소속 교도관의 관리 아래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면서 제도는 사라졌지만, 기존 처분자에 대한 집행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호감호제도는 1980년대 사회보호법에 근거해 도입됐다.

 

상습범과 강력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이유로 형기 종료 후에도 별도의 수용시설에 격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중처벌’ 논란과 인권 침해 비판이 이어졌고, 2005년 7월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면서 제도 역시 폐지됐다. 다만 부칙에 따른 경과규정이 남으면서, 법 폐지 이전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에 대한 집행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2014년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보호감호제도 폐지 이후 청송감호소는 경북북부제3교도소로 전환됐고, 2018년 12월 17일부터 보호감호 시설은 천안교도소로 일원화됐다. 현재 남아 있는 대상자들 역시 이곳에 수용돼 있다.

 


강윤성 사건이 남긴 질문…재범 방지 의문


보호감호 처우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2020년 11월 14일 천안교도소에서 보호감호를 받고 있던 17명의 감호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이들은 ▲교도관이 아닌 보호관찰소 직원이 관리·감독할 것 ▲법무보호복지공단이나 관할 보호관찰소에서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할 것 등을 요구했다. 감호자들은 당시 “감호처분이 형벌이 아니라면 교도소가 아닌 보호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무부는 근로등급 체계 개선과 기본지급액 상향 등을 통해 근로보상금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5년이 지난 뒤 더시사법률이 지난 13일 법무부에 질의한 결과, 법무부는 “피보호감호자는 ‘피보호감호자 분류처우 업무지침’ 제52조에 따라 신청 또는 동의를 받아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교도작업특별회계운영지침’ 제107조에 따라 근로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일 지급기준액 2만원과 개인별 공임을 합산하면 월평균 약 116만8000원(2025년 기준) 수준이며, 1일 작업시간이 5시간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시간당 약 1만1000원으로 최저임금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호감호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제기된다.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피보호감호자들이 출소 후 문화적 충격과 적응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자립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채 복귀할 경우 재범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1년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여성 두 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은 이러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강윤성은 1996년 한 여성을 폭행·강간한 혐의로 징역 5년과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으며, 2005년 가출소했으나 5개월 만에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재범으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보호감호 가출소가 취소됐고, 징역형 집행을 마친 뒤 남은 보호감호 기간이 재집행돼 2020년부터 천안교도소에서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그는 출소 후 2021년 8월, 전자발찌를 훼손한 후 여성 두 명을 연달아 살해하며 “돈이 필요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교정본부가 관리하는 보안처분…관리 주체의 모순


 또 다른 문제는 관리주체다. 교정본부는 형벌 집행과 수형자 교정·교화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반면 보호감호는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으로, 재범 위험성을 근거로 하는 예방적 조치의 성격을 가진다. 그럼에도 현재는 교정시설 내에서 동일한 통제 체계 아래 집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는 사실상 형벌의 연장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간 운영 문제 역시 논란이다.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이 120%를 넘는 상황에서 보호감호 대상자들이 일반 수형자와 분리돼 별도 사동에서 관리되고 있다.

 

현재 수용 인원과 운영 현황에 대한 질의에 법무부는 “감호자는 훈령에 따라 일반 수용자와 일부 다른 처우를 받으며 적절히 수용·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인원과 수용동 운영 현황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천안교도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3명의 보호감호자가 200명 규모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며 “과밀수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간 활용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보호감호가 여전히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한 교정 관계자는 “재범 방지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남아 있는 대상자들에 대한 합리적 정리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보호감호는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집행과 관리는 교정시설에 맡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밀수용 해소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보호감호 수용 구조에 대한 정책적 검토는 충분하지 않다”며 “법무부가 제도 취지에 맞는 관리 방식과 공간 활용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때 시대의 상징처럼 회자됐던 보호감호 제도는 이제 사회적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제도는 폐지됐지만 집행은 여전히 교정시설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 관리 주체와 집행 방식, 재범 방지 효과에 대한 점검 없이 현장에 맡겨진 채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남겨진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또 현재의 교정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