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도입 두고 격돌…“권리구제 확대” vs “사법체계 흔들”

해외 사례는 인용률 0%대…“실효성 의문”
“헌법적 통제의 최종 수단”…찬성론도 존재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이르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현행 헌재법 제68조 1항에서 규정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문구를 삭제해, 법원 판결 역시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제도는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주당은 이를 개정해 법원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헌재법을 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은 논평을 통해 “행정·입법 권력에 이어 사법권까지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개혁이 아니라 권력 집중”이라고 비판했다.

 

재판소원을 이미 시행 중인 해외 사례를 놓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2024년 최고법원 판결을 대상으로 제기된 재판소원이 600건이 넘었지만 인용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최근 5년간 인용률도 0%대에서 1% 초반에 머물렀다.

 

재판소원제도를 채택하는 스페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고법원 판결을 대상으로 한 재판소원 인용률은 최근 수년간 0.3~0.5%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실제 구제 효과는 제한적인데 사건만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보충성 원칙’에 따라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독일 사례를 보면 인용률이 사실상 0%에 가까운데, 이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제도적 상징성에 비해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일반 법원도 이미 헌법적 쟁점을 심리하고 있다”며 “법원 판결이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헌법재판소 측은 신중하지만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헌재는 최근 “중대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거나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사안에 집중한다면 사건 증가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의 본질은 사실관계 재심이 아니라 ‘헌법심’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국가 권력에 대한 최종 통제 수단으로서 헌법적 심사는 필요하다”며 “재판소원이 도입되더라도 사실인정이나 법률 해석의 오류를 광범위하게 뒤집는 구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백한 기본권 침해가 드러난 예외적 경우에만 취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대법원도 헌법적 관점에서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쟁점은 제도의 상징성과 실질적 효용 사이의 균형이다.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국민의 권리구제 통로가 확대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법체계의 안정성과 최종심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당이 입법을 서두르는 가운데 재판소원이 헌법적 통제의 마지막 안전장치가 될지, 사법체계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지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