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무기수 아크말 3차 심문기일 열려

목졸림 등 사망 경위 의문 제기돼
‘두부 손상’ 양상도 자백과 엇갈려
커터칼 외 흉기 사용 가능성 부각

 

17년 전 경남 창원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우즈베키스탄 국적 보조로브 아크말(36)씨의 재심 사건 세 번째 심문기일이 열렸다.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는 7일 강도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아크말씨 측이 청구한 재심 사건 3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법의학자와 피해자 택시에 장착된 타코미터 제조업체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에서는 피고인 자백에 기재된 범행 순서와 실제 상처 양상이 서로 부합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사건은 2009년 3월 25일 창원시 명서동 주택가에 주차된 택시에서 50대 택시기사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박씨는 목이 졸리고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상태였으며, 범행 도구로는 공업용 커터칼이 지목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법의학자 이호 교수는 자백 내용과 부검 결과 사이의 괴리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목을 먼저 조른 뒤 절창이 가해지면 상처가 벌어지고, 반대로 절창이 먼저 발생하면 양 끝이 어긋난다”며 “피해자의 상처는 서로 맞닿지 않고 어긋난 형태로 나타나 목졸림이 선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 진술대로 뒤에서 노끈을 한 번 감아 조른 경우라면 목 옆에 두 줄의 삭흔이 남아야 한다”며 “그러나 부검에서는 한 줄만 확인돼 해당 진술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부검 사진과 같은 형태의 목졸림 흔적이 나타나려면 피해자의 좌측에서 끈을 이용해 조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도 같은 취지에서 자백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유죄 판결 당시 범죄사실에는 피고인이 택시 뒷좌석에서 노끈을 한 바퀴 감은 뒤 약 1분간 목을 졸랐다고 적시돼 있지만 실제 상흔은 해당 방식으로 형성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사망 원인과 관련한 법의학적 해석도 엇갈렸다. 이 교수는 “목을 조를 경우 눈꺼풀 결막이나 구강 점막에 점상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소견이 확인되지 않아 목졸림만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면 울혈에 대해서는 “시신 발견 당시 머리가 아래로 향한 자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후 혈액이 쏠리면서 나타나는 시반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저항 여부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검에서는 양손에서 총 8곳의 방어 손상이 확인됐지만 목 주변에서는 전형적인 저항 흔적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자창 이후 이미 무력화된 상태에서 목졸림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두부 손상 역시 자백 내용과 차이를 보였다. 피고인은 병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했다고 진술했지만, 부검에서는 두개골 골절이나 광범위한 출혈 등 강한 외력에 따른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국소 출혈 외에는 뚜렷한 타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자백에는 피해자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안면 손상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흉기 사용과 관련해서도 단일 도구가 아닌 복수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커터칼은 상처가 비교적 매끄럽게 나타나는 반면 일부 상처는 불규칙하고 두껍게 베인 양상을 보인다”며 “깨진 유리병 등 다른 도구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막하 출혈 여부도 논란이 됐다. 부검 사진에서 확인된 혈액이 생전 외상에 따른 출혈이 아니라 두개골 절개 과정에서 발생한 사후 현상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 판단에 의문이 제기됐다.

 

변호인 측은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자백 내용과 객관적 증거가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백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경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 자백이 강요됐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운행하던 택시의 타코미터를 분석한 업체 관계자도 증언했다. 해당 증인은 타코미터 기록 원리와 한계를 설명하며 위치 추적 기능이 없고 기록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기일에는 사건 당시 명서동에서 소매점을 운영했던 업주가 출석해 커터칼 판매 여부에 대해 증언할 예정으로, 범행 도구 특정 여부가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