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수사 권력의 중심축이 경찰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전경예우’ 문제가 새로운 구조적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이 급증하면서 수사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인 박나래씨의 탈세 의혹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은 해당 사건 수사를 총괄했던 전직 경찰 간부 A 변호사를 영입해 논란에 휩싸였다.
광장 측은 고발 이전에 입사가 결정됐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책임자가 퇴직 직후 피의자가 선임한 로펌으로 이동한 점을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례는 단발성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 권한 확대와 함께 경찰 출신 전관 변호사의 시장 가치가 급등하면서 전관예우가 검찰에서 경찰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수사 책임자 출신 변호사들이 주요 사건 방어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이어지며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 대한 의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공직윤리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행 제도상 퇴직 공직자가 재직 당시 수행한 업무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민간 기관으로 이동하는 경우 취업이 제한될 수 있다. 취업 제한 여부를 사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역할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수사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로 퇴직 경찰 간부의 로펌 취업을 불허한 바 있다.
윤리위는 해당 공직자가 보유한 직무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민간의 이익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사와 감찰 업무를 담당했던 공직자의 민간 이동이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박나래씨 사건과 같이 형식적으로는 직접 수사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윤리위 심사를 비켜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취업 제한 제도가 실질적 제동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사 대상과 기준을 보다 넓게 해 사실상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관의 이해충돌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징계가 정당하다는 것은 이미 사법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서울남부지검에서 퇴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해당 지검 관련 사건을 수임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는 2024년 5월 해당 변호사가 퇴직 전 근무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수임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견책 처분을 의결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도 이의 신청을 기각했고 법원 역시 사건 수임 자체만으로 공정성 저해 우려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실질적인 변론 여부와 무관하게 주의의무 위반이 성립한다는 취지다.
이 판결은 전관예우가 관행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견책에 그친 징계 수위가 충분한 억지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제도의 존재만으로는 전관 이동을 통제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불이익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예우 논란의 핵심은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집행과 감시의 문제로 귀결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경찰 권한이 확대된 만큼 퇴직 이후 취업 제한 심사와 사건 관여 여부에 대한 외부 통제를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