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있던 A양은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B양에게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통보했다. B양이 평소 친구들을 괴롭혀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B양은 교우관계에서 점차 멀어졌고, 부모는 학교를 찾아가 딸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A양은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담임교사 C씨는 이를 믿지 않았다. 교사 C씨는 A양에게 가해자라는 표현을 쓰며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A양에게 “너희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라서 소풍에 갈 자격이 없다”며 “너희들도 똑같이 피해를 당해봐야 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이 반박하자 ‘피해자 말만 들어야 한다’며 무조건 사과를 요구했다.
또 학급 심부름을 맡은 A양에게 "시킨 것도 제대로 못 하냐. 정말 형편없다"고 비난하는 등 한 달 조금 넘게 A양에게 이러한 행위를 이어갔다.
이후 A양은 조퇴와 결석이 잦아지다 다음 해 6월 학교 건물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크게 다쳤다.
결국 C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법원은 2022년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형사 사건이 마무리된 뒤 A양과 부모는 교사의 행위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며 충북도를 상대로 2022년 7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1억2000만원이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늦어도 형사 공소가 제기된 2019년 5월 1일경에는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데, 2022년 7월 제기된 소는 이를 넘겼다고 봤다.
재판부는 “설령 투신과 별개로 학대행위 자체에 대한 위자료만 보더라도 공소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3년이 경과해 시효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또 “교사의 행위와 A양의 투신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C교사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었던 이상,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원고가 해당 행위의 위법성을 확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관련 형사사건 제1심 판결 선고일 내지 확정일 무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단순히 가해자를 특정한 시점이 아니라, 위법한 가해행위와 손해,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한 때로 해석했다.
특히 ▲정서적 학대의 특성상 손해의 상태와 정도가 즉시 드러나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청소년으로 스스로 법적 평가를 확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가 형사재판에서 정당행위를 주장하며 다투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항소심은 “공소 제기만으로 곧바로 위법성과 인과관계를 확신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라고 기대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22년 7월 제기된 민사소송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 내에 제기된 것으로 보고 피고의 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항소심은 형사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유력한 증거로 채택했다. 민사재판이 형사판결에 기속되지는 않지만,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인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쉽게 배척하기 어렵다는 법리를 전제로 했다.
그 결과 C교사의 언행은 “정당한 훈육의 범위를 넘어선 인신공격적·모욕적 언행”으로, 학생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서적 아동학대이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행위가 담임교사가 수업시간 또는 생활지도 과정에서 한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인 충북도 역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C씨와 충북도가 공동으로 A양에게 700만원, 부모에게 각 1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항소심 역시 투신으로 인한 장해, 일실수입 등 재산상 손해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불법행위 이후 피해자가 자살 목적의 투신을 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신과 상담 기록 등에 학대행위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교사의 행위가 7개월 뒤 발생한 사고에 어떠한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는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설령 피해자의 기질이나 다른 갈등 요인과 결합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피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이번 항소심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공소제기 시점이 아니라 형사 1심 판결 선고일 내지 확정일 무렵으로 본 점이 핵심”이라며 “불법행위의 위법성이나 인과관계가 다투어지는 사안에서 피해자에게 조기 소 제기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정서적 학대처럼 손해의 발생과 범위를 즉시 특정하기 어려운 유형에서는 ‘안 날’의 의미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